1타 차 2위였던 더스틴 존슨(36·미국)이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오르막 뒤 내리막 경사가 이어지는 약 1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어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까지 몰아갔다. 잠시 후 더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먼저 정규라운드를 끝내고 몸을 풀던 욘 람(26·스페인)의 차례였다. 역시 18번홀에서 벌어진 연장 1차전. 20m 정도의 먼 거리에서 람의 퍼터를 떠난 볼은 4~5m를 남긴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거의 90도 가까이 방향을 바꿔 홀을 향해 구르더니 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관중이 있었다면 우레 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을 명장면이었다. 허탈한 웃음을 지은 존슨의 10m 버디 퍼트가 홀 앞에 멈추면서 람의 생애 첫 플레이오프(PO) 대회 우승이 결정됐다.
세계랭킹 2위 람은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의 올림피아필즈CC(파70)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총상금 950만달러)에서 세계 1위 존슨과 연장 접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4타(최종합계 4언더파 276타)를 때린 람은 공동 선두와의 3타 차 열세를 만회하고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7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이어 2019~2020시즌 2승, 투어 통산 5승째를 수확한 그는 우승상금 171만달러(약 20억2,000만원)를 손에 넣었다.
람은 이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골라내는 맹타를 휘둘렀다. 1·2라운드에서 6타를 잃은 뒤 3·4라운드에서만 10타를 줄이는 저력이 빛났다. 실수도 있었다. 전날 3라운드 5번홀(파4) 그린에서 마크하지 않고 볼을 집어들어 1벌타를 받은 것이다. 결과론적으로는 벌타가 없었다면 연장전 없이 우승할 수 있었다. 반면 만일 이날 연장 승부에서 패했다면 “1타 차이로 우승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던 람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을 것이다.
존슨은 연장에서 졌지만 플레이오프 1차전 노던 트러스트 우승과 2차전 준우승에 힘입어 페덱스컵 포인트 1위와 세계랭킹 1위를 지켜냈다. 람이 페덱스컵 9위에서 2위로 점프하고 세계랭킹에서도 존슨을 0.09포인트 차이로 추격함에 따라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불꽃 튀는 재대결이 예고됐다.
페덱스컵 포인트 1위 존슨은 오는 9월4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개막하는 투어 챔피언십을 1위로 시작하게 됐다. 이번 대회까지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30명이 출전하며 1위 존슨은 10언더파의 이득을 안고 투어 챔피언십에 나선다. 2위 람은 8언더파, 3위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7언더파의 보너스 타수를 미리 챙겼다.
지난해 PGA 투어 신인왕에 오른 한국의 영건 임성재(22·CJ대한통운)는 2년 연속으로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이번 시즌 우승이 있는 그는 이번 대회를 12오버파 56위로 마쳤으나 페덱스컵 순위 9위에 랭크돼 있다. 임성재는 4언더파를 안고 투어 챔피언십을 시작한다. 투어 챔피언십 우승자는 우승상금과 함께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500만달러(약 178억원)를 차지하게 된다.
안병훈(29)은 BMW 챔피언십에서 3오버파 공동 12위로 분전을 펼쳤지만 페덱스컵 순위 33위로 투어 챔피언십 출전이 좌절됐다. 11오버파 공동 51위에 그친 타이거 우즈(미국) 역시 페덱스컵 63위로 2019~2020시즌을 마무리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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