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국민의힘’으로 간판을 바꾼다. 보수정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통합당이 그동안 중도·진보 진영이 선호해온 ‘국민’이라는 용어가 포함된 당명을 채택해 ‘탈이념화’에 대한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통합당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와 오는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좌클릭’ 가속화 신호탄을 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통합당은 31일 비대위 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새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잠정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수민 홍보본부장은 “국민의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모으는 힘 세 가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통합당은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국민 대상 당명 공모전을 진행한 가운데 다수가 제안한 국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국민의힘을 만들었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는 국민의힘과 함께 ‘한국의당’ ‘위하다’ 등이 최종 후보로 보고됐다.
통합당이 9월1일 상임 전국위원회와 2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통해 국민의힘을 당명으로 확정하면 올 2월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전진당 등이 합쳐져 탄생한 통합당은 7개월 만에 새 간판을 달게 된다. 시계열 기간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 넓히면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에 이어 세 번째, 1987년 민주화 이후로 확대하면 민주자유당과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등에 이어 일곱 번째로 바꾸는 셈이다.
보수정당은 지금까지 주로 위기상황에서 과거와의 단절, 분위기 쇄신 등을 위해 당명을 변경했다. 신한국당으로의 개명은 단절에, 새누리당으로의 개명은 쇄신에 방점이 찍혔다.
이번 개명의 목적은 쇄신 쪽에 더 가깝지 않느냐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2011년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영입됐던 김 위원장은 2012년 당명이 바뀐 새누리당의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으면서 경제민주화 등 진보 진영의 어젠다를 본격적으로 주창했다. 국민의힘으로 당명이 바뀌면 기본소득 보장과 경제민주화 구현 등의 좌클릭 화두가 더욱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보궐선거와 대선 승리를 위해 중도·진보층의 표심을 얻는 데도 나쁠 게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이 향후 통합당의 노선을 시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은 어쨌든 이념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시대”라며 “이념적 측면에서 당명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