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 결과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불리한 쪽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로 연일 여권의 공격을 받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이번엔 부친과 동서의 정치적 성향으로 공세를 받았다. 최 원장은 “감사원 일을 가족이 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국회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최 원장의 부친과 동서 등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삼았다. 양 의원은 “감사원장의 그간 발언과 회의 운영 등에서 이미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관련 시비에 휘말린 상태”라며 “최 원장의 부친은 ‘문재인 정권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인터뷰를 하셨고 공교롭게도 동서도 정부의 원자력 정책을 극도로 비토하는 언론(조선일보)의 논설위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서가) 7,000억원을 들여 월성 1호기를 고쳐놨는데 조기 폐쇄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논설을 썼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이에 “(부친이) 연세가 많으셔서 인터뷰인 줄 모르고 편하게 하신 말씀”이라며 “동서가 쓰는 글(언론 논설)에 대해선 알고 있지 못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죄송하지만 제 가족들이 감사원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 원장은 최근 원자력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란 전망과 함께 청와대와 여당으로부터 끊임 없이 견제를 받고 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폐쇄 예정이었지만 7,000억 원을 들인 개·보수를 거쳐 2022년 11월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러다 지난 2018년 6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로 급선회했다. 여권에서는 최 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감사 결과를 정부에 불리한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 원장의 부친은 최영섭(92) 예비역 해군대령이다. 그는 6·25전쟁 당시 대한해협 해전에서 북한군 600여명이 타고 있던 적 수송함을 격침시킨 ‘백두산함’에 타고 있었다. 1965년 간첩선 나포 등으로 충무무공훈장(3회) 등 훈장을 6회나 받은 전쟁영웅이다.
최 원장은 이날 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감사원장의 감사위원 제청에 청와대가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마련 필요성을 언급하자 “(제청권자와 임명권자가) 사전 협의해 적절한 인물이 임명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감사위원 문제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잘 해결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사위원회는 감사 결과를 최종 확정하는 의결기구다. 감사원장을 포함해 총 7명의 위원들로 구성되지만 현재 1석이 공석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감사원이 탈원전 정책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감사위원 임명에 관해 대립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 원장은 “헌법이 감사원장에게 요구하는 책무의 요체는 감사원이 제대로 기능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사위원에 대한 제청권은 헌법에서 맡겨진 감사원장의 책무”라며 “어떤 분이 감사위원이 되든 국민에 신뢰받는 감사원을 만들자는 생각만을 갖고 제 책무를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계에 따르면 앞서 청와대는 지난 4월 퇴임한 이준호 전 감사위원의 후임으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낙점하고 최 원장에게 제청을 요구했으나 최 원장은 ‘친여 인사’라는 이유로 여러 차례 거부했다. 청와대는 반대로 최 원장이 판사 시절 함께 근무한 현직 판사 A씨를 감사위원으로 제청했지만 다주택 문제 등으로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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