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대한적십자사를 찾아 이번 추석을 계기로 남북이 이산가족 화상 상봉이라도 시작하길 간절히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도라산에 화상 상봉 관련 장비를 대비해 놓고 있다며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장비를 전달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대한적십자사엔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북한과의 의료·방역 협력에 먼저 나서 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이 장관은 2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을 예방했다. 신 회장을 만나기 앞서 화상상봉장을 둘러본 이 장관은 신 회장에게 “추석도 다가오는데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고향 가는 건 사람으로서 갖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고 꿈인데 이런 것마저 막혀 있고 잘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며 “특히 90세 이상 연로하신 어르신들은 얼마나 간절할 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직접 방문을 통한 이산가족 상봉이 쉽지 않으면 화상을 통한 상봉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간절하다”며 “요즘처럼 코로나가 확산되는 언택트 시대에 화상 상봉은 어쩌면 유일한 대안일 수 있는데 추석을 계기로 시작해 물꼬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도라산에서 화상 상봉과 관련한 이런저런 대비를 하고 있는데 평양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도라산의) 장비들이 그쪽으로 전달될 것”이라며 “하루하루 가족과 친지를 만나는 꿈으로 살아가는 많은 이산가족들한테 작은 위로와 희망이라도 전해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더더욱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아울러 “대한적십자가 북쪽과 직접 인사를 나누고 소통할 기회가 있다면 우리의 이런 마음을 잘 전달을 해 달라”며 “우리들은 뒤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조건들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신 회장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면서 연락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어져 굉장히 답답한 마음”이라며 “인도주의 지원 경험을 바탕으로 비공식적인 루트로 접촉을 시도해 볼 것”이라고 화답했다. 신 회장은 “양쪽의 적십자가 서로 만나서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한 전체적인 재난재해 구호 논의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며 “그걸 통해서 어린이 건강 등 우리가 목표로 하는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산가족과 관련해서는 “여태까지 해온 상봉보다 조금 더 넓게 하겠다”며 “가족을 찾지 못한 경우라도 고향 땅을 한 번 밟게 했으면 좋겠고 그것마저 안된다면 돌아가신 뒤에라도 유해가 그 동네에 가서 묻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산가족 외에도 감염병 공동 대응 방법 등을 통해 남과 북이 서로 건강해지는 계기가 적십자로부터 나왔으면 좋겠다”며 “통일부, 외교부 등 여러 정부부처가 도와달라”고 주문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생명공동체, 건강공동체를 향한 보건·의료·방역의 마중물이 돼 주신다면 정부 부처가 기꺼이 함께할 수 있다”며 “정부는 뒤에 있고 민간이 먼저 나서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