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일 밤 베이징에서 진행된 ‘2020 중국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개막식에서 공개한 영상 축사를 통해 ‘대외 개방 확대’ 공약을 다시 쏟아냈다. “국제사회가 함께 개방·포용적 협력 환경을 만들자”, “서로 윈윈 해야 한다” 등이다.
아울러 외국 기업들의 자국 서비스 시장 진입 제한 영역을 지속해 축소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내 서비스시장을 확대하고 우수한 서비스상품 수입을 늘릴 것”이라며 “함께 성장의 최대공약수를 찾고 ‘케이크’를 키우자”고 덧붙였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중국이 수도 베이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첫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연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다는 지적이다. 5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CIFTIS는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페어·광저우), 중국국제수입박람회(상하이)와 함께 중국 3대 대외 개방 전시회 플랫폼이다.
이날 시 주석은 축사에서 “갑작스러운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우리가 모이는 것에 방해가 됐지만 서비스무역 발전의 발걸음과 협력·상호공영의 행동을 가로막지는 못한다”며 “마음을 모아 협력해 더욱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맞이하자”고 말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세계 서비스, 상호 공유’라는 주제로 베이징 국가컨벤션센터와 올림픽공원 일원과 함께 온라인에서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중국 국내·외 기업 1만7,158곳이 참가하며 그중 2,266곳이 오프라인 부스를 운영한다.
참가 해외 국가·지역 등은 모두 110여개로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보다 20여개국이 줄었지만,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유럽, 동남아 국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전체 행사 면적만 20만㎡로, 국가급 행사로 승격된 지난해 행사(16만5,000㎡)보다 오히려 규모가 커졌다.
2009년 포럼 형식으로 첫발을 뗀 행사답게 고위급 포럼과 산업 포럼, 국가별 및 지역별 활동 등 190개 세션의 행사도 개최된다.
한국은 5일부터 참가국 중 최대 규모인 90㎡ 크기의 ‘한국관’을 운영하며 KOTRA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관광공사 등 공공기관이 40여 개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고 비즈니스 상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별도의 온라인 미팅존도 운영한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전날 국가관 소개 코너에서 한국관을 주로 보도하면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대규모 경제행사의 잇따른 개최에도 불구하고 정치의식은 지난 1980년대 이후 거의 발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항일승전 75주년 좌담회에서 “그 누구든 그 어떤 세력이든 중국 공산당의 역사를 왜곡하고 비하려면 한다면 중국 인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 어떤 세력이든 중국 특색사회주의 길을 왜곡하고 중국 인민의 사회주의 건설 성과를 부정하려 한다면 중국 인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최근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의 체제변화를 압박하는 미국에 저항하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임과 함께 이른바 ‘공산당 영도’의 일당독재 체제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공언인 셈이다.
이른바 ‘개혁개방’의 총지휘사라는 덩샤오핑(鄧小平)은 지난 1987년 중국 공산당 13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1개 중심, 2개 기본점’ 이론을 확정했다. 이는 경제 분야 ‘개혁개방’을 통해 성장에 나서지만 마오쩌둥사상에 따른 정치·사회의 일당독재는 유지한다는 내용으로 3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중국공산당의 기본 정책이다.
다만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경제개혁도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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