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들 앞에서 백인 경찰에 총격을 당해 쓰러진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당신의 삶도 이렇게 빼앗길 수 있다”며 변화를 위한 행동을 촉구했다.
6일(현지시간) 블레이크의 변호인 벤 크럼프가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서 블레이크는 “24시간 내내 고통스럽다. 숨 쉴 때도, 잠을 잘 때도, 움직일 때도, 먹을 때도 아프다”고 토로하며 “당신의 삶이, 그리고 걷고 나아가는 데 필요한 당신의 다리가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삶을 바꿔달라. 우리는 힘을 합칠 수 있고 돈을 모을 수 있고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고 당부했다. 총격 사건 후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며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행동에 나서 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지난달 23일 블레이크는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백인 경찰에게 7발의 총격을 당한 뒤 쓰러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사건 장소에 있던 주민들은 블레이크가 언쟁하던 주민들을 말리고 있었으나 백인 경찰이 블레이크에 총을 쐈다며 전했다. 이는 지난 5월 말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건과 맞물려 또다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당시 블레이크가 총을 맞는 모습을 그의 어린 세 아들이 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이번 사건은 오는 11월 대선의 쟁점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이날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미국 사법체계의 구조적 인종차별을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미국에는 백인과 흑인을 위한 사법적 정의가 별도로 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인해야 좋을 것이 없다. (문제를) 다뤄나가자. 솔직해지자. 일부에게는 어려운 얘기가 되겠지만, 진정한 지도자들에게는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블레이크는 지난 4일 화상으로 법정에 출두해 3급 성폭력과 무단 침입 등 자신의 기소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블레이크는 지난 5월 한 주택에 무단 침입해 침실에 있던 여성을 성폭행하고 차량을 가지고 도주한 혐의로 지난 7월 기소됐다. 이 여성은 지난 8년간 블레이크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