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은 박종규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2년 전부터 추진해 온 선거 공약이다. 박 위원장은 2011년 민주노총 르노삼성 지회를 설립한 인물로 11월 말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민주노총 가입을 성사시키려고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지도부도 이번 투표를 두고 민주노총 금속노조로 가야 하는 정당성을 알리며 투표 동력을 모으고 있다.
이날 박 위원장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직형태 변경 관련 입장’이란 성명서를 노조원들에게 내놓고 “사측의 뒷배, 경총과 같은 노동자들의 든든한 배경 민주노총 금속노조로 우리 모두의 고용과 노동조건 유지, 증진을 위한 조합원 동지의 탁월한 결정으로 밝은 미래를 함께 하자”고 설득했다.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려면 전체 조합원 과반수가 투표를 하고 투표자 3분의 2(66.7%)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가결되면 기업노조 2,000여 명은 민주노총 소속으로 바뀐다. 앞서 노조는 지난 3월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했다가 조합원 반대 여론 때문에 투표를 미룬 바 있다.
현재 르노삼성차는 지난주까지 노조와 5차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만약 노조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이 통과된다면, 르노삼성차는 앞으로 협상을 금속노조와 해야 할 수도 있어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이 성사되면 위기에 처한 르노삼성차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르노삼성차는 부산공장의 생산량을 이끈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올해 초 종료되자 후속 물량을 확보하려고 XM3 유럽 수출 물량 배정을 기대해 왔는데 노조로 인해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앞서 르노그룹은 노조 파업을 문제 삼으면서 XM3 물량 배정 결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특히 르노삼성차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2012년부터 8년간 이어져 오던 흑자가 멈추고 올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될 만큼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판매량은 내수 6,104대를 포함한 7,57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7%나 줄었다.
르노삼성차에는 조합원 1,983명이 몸담은 기업노조와 41명인 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 100여 명인 새미래노동조합, 40여 명인 영업정비노동조합, 관리직 중심인 사원대표 위원회 등 5개 복수노조가 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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