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라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음악적 에베레스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대중 앞에 선보이기까지.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이 새 앨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로 돌아왔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많은 피아니스트에게 ‘음악적 에베레스트’로 통한다. 아리아와 서른 개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장시간의 연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표현력과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랑랑은 10대 때 피아니스트들의 대가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 곡을 연주했지만,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앨범으로 선보이기까지는 20년이 걸렸다.
“충분히 정확한 스타일을 터득하기 위해 20년 넘는 배움을 지속해야 했어요.” 랑랑은 앨범 발매에 맞춰 한국 언론과 진행된 이메일 인터뷰에서 ‘긴 작업’의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현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들에게 바로크 시대의 정확한 꾸밈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것. 그는 “나는 준비가 됐다고 느꼈었지만, 사실은 안 됐었다”며 “이런 상태를 3년 전까지 반복하다가 안드레스 슈타이어와 함께 이 작품을 보다 더 집중해 배우면서 ‘바로크 스타일로 연주할 수 있다’는 느낌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오랜 탐구의 결과일까. 이번 음반은 러닝타임이 90분에 달한다. 다른 연주자들의 그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느린 템포다. 랑랑 하면 떠오르는 강한 타건과 빠르고 화려한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의외로 느껴질 수 있다. “부분적으로는 많은 반복 때문에 느린 마디들을 더 느리게 연주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레코딩보다 더 길어졌어요. 마지막 아리아도 반복하지 않는 피아니스트들도 많지만, (저는) 그 부분을 연주했고, 거기서 또 3분이 길어졌어요.”
‘어려운 곡’으로 정평 난 작품이다. 천재 피아니스트에게도 연주하기 까다로운 곡임은 분명하다. 랑랑은 “30개의 다른 변주로 이루어져 있고, 연주자는 각 변주에 성격을 부여해야 한다”며 “이들 간의 강약을 조절하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약도 중요하지만, 표현이 메인”이라며 “각 변주의 성격을 부여하기 위해 정말 다양한 표현을 동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19로 랑랑 역시 70개 넘는 공연 일정이 취소되거나 미뤄졌다. 그는 이런 상황을 “악몽”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연주자가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내면적으로 강해져야 하고, 새로운 곡들을 익히면서 작품을 배워야 해요. 예술가로서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을 결속하기 위해, 그는 앞으로도 앨범 외에도 짧은 연주를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지친 이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건넨다는 계획이다.
랑랑은 오는 12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20년에 걸친 탐구와 해석을 담아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다./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사진=유니버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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