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해당 국가의 상공을 선회한 뒤 회항하는 ‘가상 출국여행’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해외여행에 목말라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가상 출국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대만 여행사 이지플라이, 대만 항공사 타이거에어와 공동으로 내놓은 제주 상공 여행상품인 ‘제주 가상 출국여행 얼리버드 프로모션’이 지난 11일 출시한 지 4분 만에 완판됐다고 14일 밝혔다. 대만 관광객 120명이 탑승한 상품은 오는 19일 타이베이공항을 출발해 제주공항에 착륙하지 않은 채 제주 상공을 선회한 뒤 대만으로 회항하는 코스로 짜여졌다.
승객들은 비행기 탑승 전에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은 뒤 기내에서는 한국놀이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한류 드라마를 통해 해외에도 많이 알려진 인기 메뉴 ‘치맥(치킨+맥주)’이 기내식으로 제공되고, 제주특별자치도·제주관광공사와 함께하는 제주관광설명회, 퀴즈쇼 등이 이어지는 등 다양한 즐길거리로 구성돼 있다.
이번 상품에는 또 코로나19 극복 후 한국과 대만의 관광교류가 재개되는 시점부터 1년 이내 사용할 수 있는 방한 왕복항공권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2,000타이완달러(약 8만원)를 추가하면 호텔 1박 숙박권도 구매할 수 있어 코로나19가 잠잠해진 후에는 실제 방한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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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측은 지난달 말 대만에서 열린 타이베이 국제관광박람회에서도 방한 가상 출국여행을 테마로 한 한국관 부스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박람회에 참가했던 대만의 여행블로거 쪼우링링(35)씨는 “한국관에서 기내 창문 스크린을 통해 한국 풍경을 보고 승무원에게서 여행지 소개를 듣는 체험이 흥미로웠다”며 “코로나19가 끝나면 진짜 한국 여행에 나서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실제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가 대만 현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518명)의 82%는 코로나19 안정 이후 해외여행을 희망하고 있으며, 1순위 방문 희망국으로 한국(71%)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는 코로나19 등 현지사정을 고려해 대만과 싱가포르 등 한류 열풍이 부는 국가를 중심으로 가상 출국여행 상품을 추가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이 날로 높아만 가는 가운데 항공편 체험상품을 통해 ‘출국’과 ‘기내’를 체험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확인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관광시장이 침체해 있지만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새로운 시장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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