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자국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결정을 내놨다. 북한에 파병을 중단하라는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 속에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러시아에 열세인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제3차 세계대전을 거론하면서 반발하고 있어 발발 1000일(19일)을 맞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 시간)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내부에 있는 표적을 공격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키이우에서 연설을 통해 “(에이태큼스 사용을) 허가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미국은 에이태큼스 등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방어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제한해왔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스톰 섀도 등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보류한 상태지만 이날 미국의 결정을 계기로 사용을 허가했다고 RBC우크라이나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정책 전환은 러시아의 서부 쿠르스크 공격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서부 쿠르스크 지역은 현재 우크라이나가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군을 포함해 약 5만 명의 병력을 쿠르스크 탈환을 위해 집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황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날 로이터와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인 블라디미르 자바로프는 “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며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도 연일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4~15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제4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에서 “미국의 전쟁 상인들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면서 보다 많은 나라들이 여기에 말려들고 있다”며 “국제 안보 형세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을 키우며 더욱 위험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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