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신임 총리로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우리 정부가 줄곧 추진해온 대북정책에 대한 일본의 입장에도 변화가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와 외교 전문가들은 대체로 스가 신임 자민당 총재가 문재인 정부 말까지는 납치자 문제와 국제 제재를 강조해온 아베 전 총리의 대북 기조와 크게 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와 스가의 연임 가능성 등은 중대한 변수로 꼽았다.
정부 관계자는 14일 스가의 총리 입성 이후 전반적인 일본의 외교전략 방향에 대해 “주요 현안과 관련해 아베 전 총리와 호흡을 맞춰온 만큼 그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스가는 지난 12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자민당 총재후보 토론회에서 “외교는 계속성이 중요하고 아베 전 총리의 정상외교는 정말로 훌륭하다”면서 “(아베 전 총리와) 상담하면서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대북 문제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최우선 순위로 꼽으며 국제제재 이행에 무게를 두는 자세를 취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에 철저히 반대하는 태도를 보여 우리 정부에 ‘훼방꾼’이라는 인식까지 심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6월 발간한 회고록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닷새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믿지 말라”고 설득했다. 또 “북한은 미국이 최대의 압박과 압도적인 군사 위협을 가해야 할 대상” “북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체제에 목숨을 걸었다” 등의 발언을 내놓아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종전선언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아베 전 총리 퇴진 이후에도 일본의 대북관이 유지된다는 것은 1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와의 면담에서도 드러났다. 이 장관이 이 자리에서 “특별히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하자 도미타 대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도 계속 이행해나가야 한다”며 “일북(북일) 평양선언을 토대로 납치·핵·미사일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한 뒤 과거를 청산하고 일북 수교를 실현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미국 대선과 스가 장관의 재집권 여부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안보특별보좌관 역시 4일 미국 대선 이후 한국·미국·러시아·중국·일본·북한의 수장들이 한자리에서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6자 안보정상회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아베와 스가의 가장 큰 공통점이 대북관이기 때문에 아베를 부정하는 급격한 입장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입장을 맞추거나 일본 내 자기 세력을 구축하면 대북정책에 대한 본인의 색깔을 드러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경환·김인엽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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