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전 국민 통신비 2만 원 지원’ 정책이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연체료와 미납액을 되레 보전하는 효과가 있어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인데 통신사가 받지 못한 요금을 오히려 정부재정으로 지원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비를 집행하기 위해 정부가 약 9억 원을 들여 임시 집행 센터를 만드는데 이어 통신사 손실 보전 지적까지 나오면서 정부·여당이 선심성 정책을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예결위 의원실에 제출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 검토보고서는 “정부재정이 통신사에 귀속된다”며 ‘전 국민 통신비 2만 원’ 지원의 방식을 재고하라고 권고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4차 추경안에는 ‘비대면(언택트) 활동 뒷받침을 위한 통신비 지원’ 사업이 포함됐다. 만 13세 이상의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1인당 1회에 한해 통신요금 2만 원을 주는 방안으로 세금 9,389억 800만 원이 편성됐다. 통신사가 요금을 우선 감면하면 정부가 사후 정산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예결위는 이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코로나19의 확산에도 가구당 월 평균 통신서비스 지출은 올해 1·4분기와 2·4분기 각각 전년에 비해 1.4%, 1.8% 감소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의 혈세가 통신사의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통신사는 고객들이 기존에 미납·연체한 금액이 손실로 연결된다. 하지만 정부가 전 국민에게 2만 원씩 통신비를 지원하면 통신사가 받지 못할 돈을 일괄적으로 보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예결위 조사관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통신사가 본 손실을 세금으로 메워주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통신사는 ‘전기통신사업법’과 ‘보편적역무손실보전금 산전방법 등에 관한 기준’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통신요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각 통신사는 총 624만 명에 8,247억 원을 감면해 이미 저소득층에 대한 선별적 통신비 감면은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결위 전문위원은 “감면분 일부(저소득층 등)를 통신사에서 부담한 뒤 세제지원 등의 방식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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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전 국민 2만원 통신비 지원을 위해 약 9억 4,600만 원이 편성된 ‘통신비 감면 지원 임시 센터’를 축소 운영하라고도 지적했다. 이 센터의 운영은 국회 예산정책처도 “비효율적인 운영이 우려된다”고 꼬집은 바 있다.
예결위는 “통신비 감면지원은 별도의 신청 없이 통신사 가입자정보를 기준으로 각 통신사에서 자동감면을 신청한 뒤 통보할 예정이다”라며 “가입자정보를 보유한 통신사가 직접 상담·안내를 실시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알뜰폰 가입자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과기정통부가 별도의 상담·안내센터를 운영할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신비 감면지원 임시센터 운영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정처에 이어 예결위 전문위원들도 전국민 통신비 지원 효과에 대한 의문이 나오자 이번 4차 추경 심사에서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이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통신비 2만원 지급을 정부·여당이 굽히지 않으면 동의할 수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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