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작은 위로와 정성을 거부하자”며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 지원’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통신비 9,000억원으로 아이들 생명부터 구하자”며 해당 예산을 취약계층 아동 지원에 쓰자고 제안했다. 그는 “코로나 장기화는 취약 계층에게는 단순히 경제적 곤란을 야기하는 문제를 넘어 일상 속 생명까지 위협하는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 서민 할 것 없이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하기 위해 9,000억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라면을 끓이다 화재를 낸 초등학생 형제가 아동 학대를 당해온 것으로 드러난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아이들이 죽어가는 세상에서 2만원, 받고 싶지 않다. 그런 2만원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도움도 청하지 못한 채 흐느끼고 있을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학교에 ‘돌봄교실’을 신청하면 급식 지원이 가능하지만 무관심으로 방치된 학대가정의 아이들은 신청을 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며 “앞으로는 보호자가 별도로 거절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학교가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돌봄을 제공하고, 특히 점심과 저녁 급식을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학대가 이미 밝혀진 가정이라면 부모 의사와 상관 없이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빨리 하면 된다”고 말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다음은 안철수 대표 페이스북 전문
통신비 9,000억원으로 아이들 생명부터 구합시다.
엄마 없이 라면을 끓이던 10살·8살 형제는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너무도 어린 10살 아이가, 치솟는 불길 속에서 8살 동생을 감싸 안아 자신은 중화상을 입고 동생은 1도 화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세상에 의지할 곳 없었던 이 어린 형제의 소식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취약계층에게는 단순한 경제적 곤란을 넘어 일상 속 생명까지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특히 사회적 단위로 이뤄지던 돌봄이 가정에 모두 떠맡겨지면서, 가정의 돌봄이 본래부터 부재했던 학대 아동들은 의지할 세상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 서민 할 것 없이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하기 위해 9000억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죽어가는 세상에서 2만원, 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2만원은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 아니라, 지금도 어딘가에서 도움도 청하지 못한 채 흐느끼고 있을,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학교에 돌봄교실을 신청하면 급식 지원이 가능하지만 무관심으로 방치된 학대가정의 아이들은 신청을 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를 반대로 바꿔서, 보호자가 별도로 거절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학교가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돌봄을 제공하고, 특히 점심과 저녁 급식을 제공하여 아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지켜줘야 합니다. 그리고 학대가 이미 밝혀진 가정이라면 부모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라도 돌봄을 제공해야 합니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빨리하면 됩니다. 부동산 관련 법도 그리 빨리 통과시켰는데 이건 왜 안됩니까?
더불어 시급하게 인력을 투입해 전국적으로 아동들의 상황과 건강을 점검해야 합니다.
꼭 필요한데 쓰라고 낸 국민의 세금을 인기 영합의 정권 지지율 관리비용으로 쓰지 말고 한계상황에 직면한 취약계층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집중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린 두 형제가 보호자의 학대와 방치 상황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보낸 시간들은 어떤 세상이었을까요.
가슴이 아플수록 더 꼼꼼하게 아이들의 상황을 살피고 더 촘촘한 안전망을 만듭시다. 국가와 사회의 안전망은 학대받는 아이들의 곁에서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아파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너희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여야 정당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 문제를 돌아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함께 만들고 실현하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국민의당도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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