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전격 합의하자 ‘이낙연·김종인’ 협치의 첫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용할 것은 수용하라”는 유연한 입장을 원내 지도부에 전달했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일찌감치 “합리성을 결여하지 않는 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협치의 물꼬를 열었다. 여야는 합의 과정에서 사실상 전 국민 대상 ‘통신비 2만원’에 대해 간극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여당이 ‘선별지급’으로 양보했고 야당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합의가 급물살을 탔다. 통신비를 선별지급으로 축소하면서 확보된 금액은 아동특별돌봄비 확대와 법인택시 운전자, 유흥업소에 대한 지원으로 쓰이게 된다. 국민의힘이 주장한 전 국민 독감백신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무상 예방접종으로 접점을 찾았다. 유례를 찾기 힘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에 추석 전 재난지원금 지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공감대가 모처럼 ‘협치’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22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추경 여야 합의문을 발표했다. 김 원내대표는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께 긴급하게 지원하기 위한 추경 예산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할 수 있어 매우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저희들의 요구와 주장을 대폭 수용해준 민주당에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이처럼 서로 공을 치켜세울 만큼 이날 합의는 양당의 통 큰 양보가 눈에 띄었다. 우선 여야는 이동통신요금 지원사업 대상을 ‘만16~34세와 만 65세 이상’까지로 제한했다. 전날까지도 여야는 ‘만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사업’을 놓고 이견만 확인했다. 야당은 전액 삭감을 요구하며 통신비 2만원을 철회해야 추경을 정상처리할 수 있다고 맞섰다. 여당은 “가진 사람에게 2만원은 적지만 돈 없는 사람에게는 컵라면 20개를 산다”며 원안 통과를 주장했다. 분위기는 이 대표가 당 지도부에 유연한 협상을 주문하면서 바뀌었다. 이 대표는 이날 이해찬 전 대표 출판기념식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추경은 야당의 제안 가운데 수용 가능한 것을 수용한 것”이라며 “저는 처음부터 유연하게 협상에 임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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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전 국민 통신비 지급’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전 국민 독감 백신’ 대상도 조정이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주 원내대표가 전날 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의 통화를 통해 감염병 전문가의 견해와 판단을 존중했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많은 분께 무료접종을 확대하고자 했으나 결국 의료진과 감염병 전문가 판단이 중요하다고 보고 정 청장과 주 원내대표가 직접 통화해 (독감 백신의) 기술적인 부분을 적극 수용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 국민 독감 백신’ 대상도 의료급여 수급권자 70만명과 장애인연금 수급자 35만명 등 취약계층 중심으로 조정했다.
이밖에 여야는 전 국민의 20%(1,037만명)에 해당하는 코로나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예산을 비롯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득이 감소한 법인택시 운전자 지원에 대한 예산도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 기존 초등학생 대상으로 한정한 아동특별돌봄비를 중학생까지 확대해 ‘비대면학습지원금’ 명목으로 15만원을 지급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울러 정부 방역방침에 적극 협조한 유흥주점·콜라텍 등 집합금지업종에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여야는 추석 전 추경 집행을 위해 이날 본회의에서 4차 추경안 국회 통과까지 합의했다.
/송종호·김혜린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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