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북한이 우리 국민에 총격을 가해 사살한 후 시신을 불태운 사건과 관련해 “반인륜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다만 이 사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인 북한이 우발적으로 사태를 일으켰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사과를 하면 “남북관계 좋아질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노무현재단은 25일 유투브 생중계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행사’ 진행하고 ‘흔들리는 한반도 평화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를 주재로 토론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토론을 주재하고 문정인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문 이사장은 북한의 행위에 대해 “부표에 의지해 표류하는 사람은 일단 구해놓고 보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것은 그건 정말 반인륜적인 행위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할 때는 사람이 있지는 않았다”며 “이것은 사람을 희생시킨 사례”라고 지적했다.
문 이사장은 “정부가 아무리 평화를 원해도 우리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며 “북한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반도가 평화로 나가는 대장정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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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장관은 이 사태의 원인이 강한 코로나 방역 때문에 빚어졌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무슨 변명을 할 여지가 없는, 북한의 야만적 행위이고 두고두고 해명하고 관련자와 해당자를 처벌하고 사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하다못해 살인강도범에게도 동기를 물어보고 분석할 수밖에 없는데 북한이 왜 이런 일을 했느냐 이것은 우리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코로나 대유행과 올여름 태풍과 수해 등이 겹치며 비상상태라고 판단했다. 특히 지난 7월 우리 국민이 월북했 을 때 개성을 한 달 가까이 봉쇄할 정도로 북한이 코로나 방역에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경제와 방역에 올인했고 남쪽에서 올라간 인원을 보고 북한 (현장의 태도가) 이것을 그냥 두면 어떤 문책같은 것이 있을 수 있어 이런 식의 야만적인 행동이 나오지 않았겠느냐”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행동이) 남북긴장관계의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온 게 아니다”라며 “따질 것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군사적 충돌을 걱정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사과를 할 기회, 정상국가로 갈 좋은 기회다”라며 “오히려 남북이 좋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 중간에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사과를 표하는 통지문이 온 사실이 알려지자 토론자들은 “사과했네”하며 소리 내 웃기도 했다. 정세현 부의장은 “(사과가) 남북관계의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통지문과 관련해 “(끊겼던) 통신선이 살아났다”라고 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보내와 “통이 크다”는 발언도 나왔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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