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모빌리티의 미래이며 바로 이곳에서 그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겠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준공식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005380) 사장, 송호성 기아(000270) 사장 등 현대차그룹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현지에서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 앙헬 카브레라 조지아공대 총장, 조현동 주미대사 등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메타플랜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인 ‘메타프로(Meta pro)’ 수백 명 앞에 마련된 연단에서 환영사를 했다. 그는 “우리는 이곳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왔다”면서 “우리는 (여기) 머물면서 투자하고 함께 성장하겠다(We come to stay, to invest and to grow together)”라고 역설했다.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가 반드시 성공해야 현대차·기아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리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완성차 산업은 파워트레인의 전동화와 집·도시와 연결되는 커넥티드카를 넘어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기반의 모빌리티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세계 3위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에서도 선두에 서려면 산업의 중심이 될 전기차(EV)를 만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갖춰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의지를 담아 생산 시설에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공장(Plant)을 합성한 이름을 붙이고 제조 혁신에 가속페달을 밟는다.
메타플랜트는 SDV로 진화하는 전기차 생산을 위해 소프트웨어중심공장(SDF)으로 설계됐다. 메타플랜트는 이름에 걸맞게 인간과 로봇이 함께 자동차를 만든다. 사람과 인공지능(AI), 로봇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것이다.
메타플랜트에는 자동차 공장에 흔한 지게차가 없다. 지게차로 부품을 옮기는 대신 200여 대의 자율이동로봇(Autonomous Mobile Robot·AMR)이 공장과 통신하며 부품을 전달한다. 완성된 차량 역시 48대의 주차 로봇이 품질 검사장으로 이송한다. 2대의 주차 로봇이 차량 전면과 후면을 각각 들어 올린 뒤 관제시스템(PCS)과 통신하며 차량을 움직인다
특히 메타플랜트에서는 세계 최초로 로봇이 무거운 차량 도어를 조립하는 공정을 단독 수행한다. 차량의 도장을 확인하는 작업 역시 5만 장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분석할 수 있는 첨단 로봇이 수행한다. 나아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차체 생산을 확인하는 업무를 맡는다.
메타플랜트 제조 혁신의 핵심은 모든 생산 공정이 데이터로 축적된다는 점이다. AI는 쌓은 데이터를 가상 공장인 ‘디지털 트윈’에서 다시 분석해 최적의 생산이 이뤄질 수 있게 공정을 업그레이드 한다. 장 부회장은 “메타플랜트라는 이름 자체가 기존 공장을 뛰어넘는다라는 뜻”이라며 “여기에는 자동화도 있지만 그 뒤에는 다 데이터이고 AI를 접목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향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도 메타플랜트에 투입할 예정이다. 아틀라스가 메타플랜트에 투입되고 생산 활동이 데이터로 쌓이면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퀀텀 점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를 미국 최대 공장으로 증설하는 계획도 이날 밝혔다. 무뇨스 사장은 “메타플랜트의 생산 능력을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증설하기로 했다”며 “20만 대 증설은 신규 공장을 만드는 것과 맞먹는 규모”라고 말했다. 메타플랜트가 5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추면 현대차·기아는 미국 판매량(연 171만 대)의 73%(120만 대)를 현지에서 생산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적시 생산을 위해 메타플랜트에 그룹 역량을 총동원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현대트랜시스가 생산 공장, 통합물류센터 등을 메타플랜트 부지 내에 구축했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도 전기차에 사용될 배터리를 메타플랜트 부지 내에서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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