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고향은 내려가지 말라면서 여행가는 건 괜찮나요?”
올 추석 연휴에 귀향 대신 여행을 선택하는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강원 등 주요 관광지의 숙박시설과 항공권이 매진됐다는 소식에 인터넷상에는 이들을 비난하는 댓글과 함께 8·15 광복절 광화문집회와 비교하며 ‘여행금지령’을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올 추석은 코로나 시대 들어 처음으로 맞는 명절이다. 연휴를 앞두고 정부는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라’며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명절에 민족 대이동이 이뤄질 경우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귀성 환영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전국 각지에는 자녀들의 귀향을 자제시켜달라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으로 올해 대규모 귀성 행렬을 막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서 불거졌다. 최장 9일의 징검다리 연휴에도 고향을 찾지 않는 이들이 자연스레 여행으로 관심을 돌린 것이다. 귀성을 막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이른바 ‘추캉스(추석+바캉스)’ 열풍이라는 풍선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연휴 동안 제주와 강원·부산 등 일부 관광지는 여행객으로 북새통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 업계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여행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올 추석 연휴가 코로나19 이후 최고의 성수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안으로 ‘랜선여행’ ‘가상 출국여행’ 등 언택트 시대에 맞는 새 여행문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하지만 ‘가상’ 여행이 떠나고 싶은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시대, 언제까지 사람들을 집안에 가둬둘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추석 연휴가 지나도 겨울 휴가철에 크리스마스, 설 명절까지 여행심리를 자극할 만한 시즌이 이어진다. 한 중견 여행사 대표는 “정부가 여행을 통제하겠다는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여행문화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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