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민들에게 반년 이상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은 요트를 사러 미국에 떠나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국민들은 정부 권유로 추석 때 고향도 제대로 못 간 상황에서 6개월이 넘은 정부 권고도 무시하는 듯한 외교부 장관 배우자의 태도가 옳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KBS는 강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요트 구매와 여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이 교수는 공항에서 여행 목적을 묻는 KBS 취재진에게 “그냥 자유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는 지적에는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니지 않느냐”며 “맨날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판매자를 만나 요트를 구매한 뒤 요트를 타고 해외여행을 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런 계획을 수개월 전부터 자신의 공개 블로그에 올려 왔다. 이 교수가 구입하려는 요트의 가격은 2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의 이번 미국행이 논란이 되는 것은 그의 배우자가 장관으로 있는 외교부가 지난 3월23일부터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기 때문이다. 특별여행주의보는 해외여행을 금지하지 않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행자 개인뿐 아니라 국가 전체 방역을 위한 조치다. 외교부는 지난달 18일 주의보를 연장하면서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중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 방지와 더불어 국내 방역 차원에서도 우리 국민의 해외 방문 자제가 긴요한 상황임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는 정부의 권고를 장관 가족도 지키지 않는데 국민들에게 강조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여전히 강한 수준으로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외교부는 이 교수의 미국행이을 두고 ‘개인적인 일’이라며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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