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5일(현지시간) 퇴원할 수 있다는 전망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상황은 아직 녹록지 않다. 의료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혈중 산소포화도가 일시적으로 94% 밑으로 떨어졌으나 약 2ℓ의 산소보충 공급을 받은 후 정상 범위인 95% 이상을 회복했다. 이튿날 다시 산소포화도가 떨어졌지만 덱사메타손을 복용한 뒤로는 상태가 안정적이라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하더라도 이후 상태를 100%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터프츠대병원의 감염병과장인 헬렌 바우처는 “(코로나19 감염 후) 2주차 시작은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단계”라며 “통상 7∼10일 후 상태가 악화한다”고 전했다. 뉴욕의대의 봅 레히타 교수도 “동전 뒤집기처럼 급격하게 달라질 수 있다. 괜찮다가도 불과 3시간 뒤에 몹시 악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염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렴 증상을 보였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CBS의 의학전문기자인 데이비드 아구스는 “덱사메타손은 심각한 폐렴을 치료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그런 증상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덱사메타손 복용을 두고 우려가 적지 않다.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은 6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시험 결과 코로나19 중환자의 사망률을 상당히 낮추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받은 치료제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의 경우 35%, 트럼프 대통령처럼 산소보충 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 20%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 감염병 전문가인 오녜마 오그부아구 예일대 부교수는 “스테로이드의 단점은 선택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바이러스와 싸우는 인체의 능력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양날의 칼과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미 국립보건원(NIH)은 산소보충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정도의 경증 환자에게는 덱사메타손 사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 치료제를 쓴 것만으로도 상태가 가볍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폴리티코 등 미 언론 매체들이 분석했다.
이를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을 하더라도 최소 며칠 동안은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초 오는 12일로 예정된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청문회가 코로나19 탓에 19일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본인의 건강을 포함한 향후 1~2주 사이의 전개상황이 대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12일 청문회 이전에 트럼프가 완치에 성공할 경우 극적인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15일에 열릴 계획인 2차 TV토론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의 여부도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는 중요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치의인 숀 콘리의 말대로 5일(현지시간) 퇴원하거나 조기 완치에 성공하면 자신이 비난하던 중국 코로나를 극복한 영웅 이미지를 내세워 뒤지고 있는 지지율을 좁히거나 역전에 성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측에는 되레 큰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재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경합주를 중심으로 표심 공략에 주력해야 하는데 트럼프의 조기 회복은 지지율 격차 유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경우 전반적인 지지율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서고 있지만 플로리다 같은 남부 3개 경합주에서는 지지율 1%포인트 안팎의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고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이겨내고 돌아올 경우 동정표와 함께 보수층이 한데 결집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김기혁기자 뉴욕=김영필특파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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