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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보수, 원칙 버리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라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강원택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제21대 총선에서 여당은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국회 전체의석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을 확보했다. 유권자들은 사회적 문제 해결과 안정을 기대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부동산을 포함해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고위공직자들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여당을 견제해야 할 야당의 경쟁력 회복도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는 사이 이념·세대·계층 간 갈등은 증폭되고, 정치에 대한 불신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 지지로 ‘슈퍼여당’이 탄생했지만 사회 불안정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신간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를 통해 “건강한 민주주의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 두 날개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 보수당을 분석한 이 책은 300여 년 간 살아남은 영국 보수당의 몰락과 재기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1670년대 ‘토리’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영국 보수당은 산업혁명을 거쳐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치른 뒤 현재까지도 영국의 강력한 여당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백 년 간 꾸준히 국민의 지지를 받아 왔다는 의미다.

영국 보수당의 경쟁력은 전통 가치를 고수하면서도 변화를 촉구하는 시대의 흐름에 꾸준히 응했다는 점이다. 보수당은 독단적인 이념보다 권력이라는 실용적인 목표에 집중했다. “원칙을 버리고 당에 충실하라”는 벤저민 디즈레일리 전 총리의 조언은 이러한 영국 보수당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이처럼 변화하는 현실에 스스로를 맞춰온 타협 방식이 오늘날까지 보수당이 탄탄한 정치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한 원동력으로 꼽힌다. 이는 시대를 초월해 적용할 수 있는 정당의 보편적인 생존 전략이라고 책은 강조한다.



시대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 것도 영국 보수당의 장수 비결이다. 보수당은 급진적인 정책이 등장할 때마다 격렬하게 반대해 왔지만, 사회 개혁이나 참정권 확대 등 유권자들의 호응을 받은 정책에 대해서는 끝까지 거부하지 않고 모두 수용했다. 과감한 자기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또 다수의 유권자를 포용할 수 있도록 외연을 넓힌 것도 보수당의 강점이다. 영국 보수당은 상공업자부터 고졸 출신의 은행원까지 다양한 계층을 당 대표로 추대해왔다. 여기에 다수의 국민을 결집할 수 있는 애국주의 색채를 입히면서 생존의 기반을 닦아 왔다고 책은 분석하고 있다.

책은 영국 보수당의 역사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과 영국의 보수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통해 보수 정당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당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2만2,0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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