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대상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건 것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진보 진영 내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진 전 교수는 8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지난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소집한 전국 검사장 회의에 “똘마니들을 규합”했다고 표현한 기사를 페이스북에 링크하며 “똘마니 표현은 의원님이 검사장들에게 써도 되지만, 일개 시민이 의원님에게 쓰면 안 된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김 의원이 이 반민주적 폭거에 사과하면 소 취하를 허락할지 진지하게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전날 ‘조국 똘마니’ 표현을 이유로 김용민 의원에게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진 전 교수 글을 겨냥해 “사과할 기회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기회를 찼다”고 받아쳤다. 그는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며 “무기가 되어버린 말의 대가를 잘 치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진 교수의 발언을 보통 국민의 비판과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면서 “김용민 의원이 형사고소를 않고 민사소송으로 다투고자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적었다. 김남국 의원은 “진 교수의 SNS 글은 거의 모든 글이 비판없이 받아쓰기하고 있어서 영향력이 상당하고, 문제가 된 표현도 건전한 비판이라고 보기 어려운 조롱과 비아냥”이라면서 김용민 의원을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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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진 교수가 보통 국민이 아니라서 소송을 해도 된다는 주장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간다”며 “표현과 비판의 자유를 위축시키기 위해 자주 등장하는 무기가 ‘본보기 소송’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끄럽게 떠드는 한 명을 겨냥, 소송에 시달리게 해 다른 사람들의 입을 닫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면서 “(김용민 의원이) ‘사과하면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말한 것이 정확히 이 효과, ‘칠링 이펙트’를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쥐박이’라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닭근혜’라고 불러도 소송 걱정하지 않는 나라에 살고 싶다. 문 대통령을 ‘문재앙’이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그게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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