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가 경기 회복과 미국발 ‘블루 웨이브’ 가능성이라는 호재에 15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간 미국의 눈치를 보며 위안화 가치 상승을 억제해왔던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당분간 위안화 가치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1일 중국 신랑망에 따르면 지난 9일 역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 대비 1.42% 오른 달러당 6.6947위안에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은 2005년 달러 페그제 폐지 이후 15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라고 전했다.
역외 거래 시장에서도 0.9% 오른 달러당 6.68위안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위안화 강세를 이끄는 핵심축은 중국의 경기회복이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정 이후 경제활동 재개에 나서면서 해외 자금이 몰렸고 이로 인해 위안화 가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중국 주식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900억위안이다. 외국인의 중국 주식 보유 규모는 1조위안을 넘어섰다.
또 같은 기간 채권 시장으로 새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 역시 6,150억위안을 넘겨 외국인들의 중국 채권 보유 규모는 2조8,000억위안에 이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저금리 기조 유지로 상대적으로 채권수익률이 미국 국채보다 높아지면서 중국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와 함께 상하 양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블루웨이브’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위안화 가치 상승을 이끌고 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대중 압박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호주·뉴질랜드 은행 그룹인 ANZ의 대니얼 빈 외환전략 책임자는 FT에 “시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미중 관계) 접근법이 아마도 덜 적대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 회복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강세를 용인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위안화가 추가 절상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실제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내외 금리 차 확대를 배경으로 위안화 기준치를 올려 고시하고 있다. 강한 위안화가 중국인의 수입품 소비 여력을 상승시켜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크리스티 탠 국립호주은행 아시아담당 전략가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 상승을 허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과거 같으면 억지로 위안화를 눌러왔지만 이제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국제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블루베이 에셋매지니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캐스파 헨스는 위안화가 향후 3~5개월 동안 달러당 6.50위안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티그룹 외환전략가인 톰 피츠패트릭은 위안화가 달러당 6.6693~6.6752위안 수준의 저항선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 선이 깨질 경우 달러당 6.50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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