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킹맘 박혜림(가명)씨는 요즘 집에서 나 홀로 원격수업을 받고 있는 초등학교 4학년생 딸을 볼 때마다 고민스럽다. 가끔 친정부모님이 들러 딸을 돌봐주기는 하지만 좀처럼 원격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기 일쑤다. 육아휴직을 쓰고 직접 딸을 돌봐주고 싶어도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에게만 해당해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이진균(가명)군은 심각한 우울증세를 겪자 엄마 손을 잡고 심리상담기관을 찾았다. 상담 결과 원격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적어져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교육부가 11일 등교수업 확대를 결정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원격수업 장기화로 학생들의 기초학력능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어·수리능력과 사회적 관계의 기초역량을 쌓아야 할 초등학교 1~2학년 등 저학년생의 학습능력 격차 확대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지난 7월29일~8월1일 실시한 ‘1학기 원격교육 경험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교사(5만1,021명)의 약 80%는 원격수업 이후 학생들의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답했다. 이 같은 학습격차의 이유로 응답 교사의 64.9%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를 꼽았다.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 간 학습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달 6일 공개한 설문조사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 학부모 10명당 약 7명(68.4%)꼴로 ‘매일 등교수업을 해야 한다’고 답한 것도 학습능력 격차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등교수업 확대에 대한 학교와 학부모들의 요구가 높아져 학교나 교육청별로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아이들이 더 많이 등교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교육부는 기존의 ‘거리두기 단계별 학사운영 가이드라인’도 일부 조정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 조정함에 따라 등교인원 제한은 현재 유·초·중 3분의1(고교는 3분의2)에서 유·초·중·고교 모두 3분의2로 완화된다. 다만 교육부는 학력 격차 우려 등으로 등교 확대 요구가 컸던 점을 고려해 지역, 학교 여건에 따라 밀집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과대학교·과밀학급이 아닌 경우 전교생의 매일 등교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밀집도 원칙의 예외 적용을 받는 소규모 학교 기준이 기존 60명 이하에서 300명 내외 규모로 완화된다. 다만 유치원의 경우 예외 적용 기준이 지금처럼 60명으로 유지된다. 학교의 자율 의사결정을 통해 거리두기 2단계의 학교 밀집도를 유지하는 선에서 오전·오후반이나 오전·오후 학년 운영, 분반 등의 탄력적 방식도 도입 가능해진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다양한 형식의 등교 수업방법을 학교와 교육청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 전면 등교가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전교생이 한꺼번에 전면 등교하는 것은 매우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교육부 결정으로 문제해결의 계기는 마련됐지만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학습능력 격차가 벌어진 학생들에 대해 등교수업 확대 후 집중 관리할 수 있도록 학사운영의 탄력적 운영과 교사인력 확충, 방과 후 학습보완 프로그램 강화 등의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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