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93명이 발생한 울산 주상복합 화재 때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한 고층 건물이 부산에도 37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국토교통위원회·광주 북구갑·사진)의 부산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전국 고층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278건이다. 최근 3년만 해도 지난 10년간 건수의 38.9%에 달하는 108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9월 기준 부산시 고층건물(30층 이상)은 555개동으로 해운대구 131개동, 남구 72개동 순으로 많았다. 이 중 50층 이상 초고층건물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44개동에 달한다.
울산 화재의 경우 불길이 외장재를 타고 무섭게 타올랐다. 섭씨 240도에서 불에 잘 타는 ‘폴리에틸렌’(PE)을 단열재로 사용하는 ‘알루미륨 복합패널’로 시공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장재 부착을 위해 본드를 사용했고 불에 타면서 벽과 외장재를 연결하는 틈 사이에 공기층까지 만들어져 불길을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0년 부산 해운대 38층 주상복합 건물 화재 이후 ‘건축법령’이 개정돼 2012년 3월부터 고층건물 외벽 마감재로 불연성 외장재를 사용하도록 했으나 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부산 고층건물 555개동 중 40.9%인 227개동이 2012년 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이다. 특히 37개동은 여전히 가연성 외장재로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의원은 “부산에는 전국에 10대밖에 없는 70m 고가사다리차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강풍·빌딩풍에는 사다리가 흔들려 무용지물”이라며 “고층건물의 가연성 외장재 실태조사를 통해 건물 벽면의 가연성 외장재 교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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