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에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건 것으로 13일 알려지면서 정상 간 첫 대면 회동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이 독일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위한 외교 공세를 펼친 데 이어 강제징용 문제 해결이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이유로 정상회담 불참 가능성을 거론하며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 12일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될 우려가 있는 한 총리는 한국에 가지 않는다”고 밝히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까다로운 조건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현금화의 우려가 있는 한 총리는 한국에 가지 않는다”며 “연내 (한중일) 회담 개최 환경은 갖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와 일본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 일본 측이 무리한 조건을 내세워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스가 총리 방한 불가와 관련한 일본의 보도에 대한 질문에 “정부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유관국들과 협의 중”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가 자국의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굳이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16일 취임한 후 8일 만인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첫 전화통화를 했지만 이후 양국 간 외교 왕래는 사실상 끊어진 상태다. 외교부 당국자는 스가 총리 취임 후 외교 인사의 방한이나 접촉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국장급 실무협의’에 대해서도 “언제 할지 일정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과거사 문제’를 고리로 한일 양국이 외교공세를 펼치면서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2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를 요청하는 등 일본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한국이 제기하고 있는 과거사 문제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외교부는 “과거사에 대해 일본이 그간 표명해온 입장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본 NHK방송은 13일 자민당이 2012년 이후 약 8년 만에 평화헌법 개헌을 위한 기초위원회를 열었다고 전했다. 에토 세이시로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연말까지 개정 초안을 정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초안에는 국제 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내용을 담은 현행 평화헌법을 백지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김인엽·윤경환·곽윤아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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