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 정부에 화웨이 등 중국 통신업체 제품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를 향해 자기 편에 설 것을 더 강하게 요구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민간업체의 문제이고 관련 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해 일단 즉답은 피했다.
외교부는 14일 이태호 2차관과 키이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제5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은 이 자리에서 자국이 추진하는 ‘클린 네트워크’ 등에 우리나라도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클린 네트워크에 대해 미국이 기존 입장을 제기하면서 협력 요청 사항을 얘기했다”며 “우리도 기본 입장을 얘기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제한다든가 하는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클린 네트워크는 5G 통신망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해저 케이블, 클라우드 컴퓨터 분야에 걸쳐 화웨이와 ZTE 등 미국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중국 기업 제품을 배제하려는 정책이다. 미국 국무부는 홈페이지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국가 명단을 올리고 한국의 ‘깨끗한 통신업체’로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를 명시했다. LG유플러스에 대해서는 화웨이 제품 사용 중단을 촉구해 왔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 같은 요청에 LG유플러스를 비롯한 민간업체의 화웨이 제품 사용에 정부가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5G 기술에 대한 보안 우려 등에 대해서도 관련 부처와 협의할 사항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이동통신 사업자가 특정 업체를 사용하느냐 안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법령상 민간 기업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화웨이에 대해 반도체 공급을 제한하는 자국 제재에 대한 설명도 내놓았다. 현재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상태이다. 미국이 반(反)중국 경제블록 구축을 위해 추진하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양국은 미중 간 문제 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물품 글로벌 공급망 보완, 과학기술·에너지 협력, 한국의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연계 협력 확대 방안,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 정보통신기술(ICT)과 신흥기술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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