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회현장 등에서 사용하기 위해 높이 3m, 폭 12m 크기의 장벽을 칠 수 있는 이동식 특수장비 도입을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15일 “의경 폐지 등으로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경력이 감축되고 있어 새로운 장비 개발이 필요했다”면서 “영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장비를 벤치마킹해 차량으로 견인·이동 가능한 펜스 개발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찰은 지난 6월 입찰을 통해 한 민간업체와 장비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업체는 폭 12m, 높이 3m 크기의 펜스 1대를 제작 중이다. 이달 말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가 이를 납품받아 시범 운용할 예정이다.
경찰청 측은 집회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장비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집회를 통제하는 수단 중 하나인 차벽은 앞이 막혀 있는데다 현장에서 마찰이 있으면 집회 참가자와 경찰 모두 다칠 염려가 있다”며 “이번에 새로 개발하는 펜스는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돼 있어 전방 시야가 확보돼 집회 참가자와 경찰의 안전이 더 확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먼저 시범 운영한 뒤 효과가 있으면 장비 개수를 점차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경찰이 지난 개천절과 한글날 당시 집회 차단을 위해 광화문광장 등에 설치한 차벽이 과잉 대응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동식 특수장비까지 도입하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집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라지만 기존 안전펜스 높이인 2m보다 높고 사실상 차벽과 같은 기능을 해 집회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측은 “집회 참가자들의 안전을 보호하면서 질서유지를 위해 도입하는 취지가 더 강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운용 중인 안전펜스는 설치장소까지 경력이 들고 옮겨야 하는데 개당 100㎏ 가 넘어 다수의 경력이 필요하다”며 “의경 폐지로 경력이 감축되고 있는 만큼 차량으로 이동 가능한 펜스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