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40세의 K씨. 그는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 때 처음으로 투표를 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생애 첫 대통령을 뽑는 그해 제주도에서부터 불어온 ‘노풍’에 호기심으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입했다. 그때까지 정치를 잘 알지 못했던 K씨는 이제 수시로 더불어민주당 당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논쟁을 벌이는 권리당원이 됐다.
#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68세의 L씨는 전북 완주군 동산면에 터를 잡고 퇴임 후 전원생활을 하고 있지만 수년간 서울 광화문과 서울역에서 열리는 ‘태극기(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L씨는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해할 수 없다. 지난해에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했다. 자기 같은 목소리가 당내에 커져야 박 전 대통령을 석방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정당이 ‘정치 팬덤’의 포로가 됐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진보진영뿐 아니라 보수진영 역시 팬덤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극렬세력의 목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높아지고 보수·진보 거대 정당은 국민보다 ‘지지세력’만 바라보면서 정치 양극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팬덤의 문제는 진보와 보수 모두 극단적인 지지자들로 구성된다는 점”이라며 “결국 정당의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팬덤으로 성장한 강경 지도자만 남게 돼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오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장내 팬덤’이 심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 교수는 “팬덤의 역설”이라며 “참여정치의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초기에는 도움이 됐지만 점차 정당이 팬덤에 사로잡혀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송종호·김인엽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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