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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상영관 30% 감축]"올 게 왔다"...탈진한 영화계 앞길 막막

롯데시네마·메가박스, 고강도 자구책 저울질 나서

사업계획 무용지물 제작·배급사 상황도 악화일로

해외시장도 한파·OTT 득세 등 외부악재도 겹겹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1위 업체인 CJ CGV(079160)가 관람료 인상에 이어 19일 상영관 30% 감축을 결정하자 영화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영화 제작·배급·상영 관계사들이 이미 탈진한 지 오래된 상황에서 관객을 잃은 영화관의 고강도 자구책 실행은 시기의 문제였을 뿐 놀랍지는 않다는 분위기다. 이제 1위 업체가 결단을 내린 만큼, 다른 멀티플렉스 영화관들도 저마다의 생존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등 다른 멀티플렉스 영화관들도 사업 구조가 CGV와 거의 같은 만큼, CGV를 ‘극단적 자구책’으로 내몬 상황은 모든 영화관들이 안고 있는 공통된 문제다. 올 들어 극장 관객이 전년 대비 70%나 감소한 반면 임대료 등 기존 고정비는 상승했고, 예전에 없던 방역비 지출 부담까지 가중됐다. 멀티플렉스 3사는 누가 더하고 덜할 것 없이 코로나 19 사태 이후 임원 임금 반납, 상영 회차 축소, 일부 상영관 임시 운영 중단 등 비상 경영 수단을 줄줄이 꺼냈다. 현재 영화관 종사자 중 정직원은 전년 말 대비 9.7%, 영화관 현장 운영을 담당하는 계약직은 63.8% 각각 감축된 상태다.

코로나 19로 매출이 급감한 CJ CGV가 상영관 30%를 줄이기로 19일 결정했다.


하지만 여름방학, 추석 대목까지 사라지며 극장가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CGV를 시작으로 극장가가 더 적극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CGV와 마찬가지로 관람료 인상이나 상영관 축소 등을 오래 전부터 검토해왔다”면서 “다만 언제 어떻게 시행할 지는 구체적으로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메가박스는 당장 극단적 자구안을 동원하는 대신 우선 직영점 운영 시간을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평일에는 오전과 심야에 극장 문을 닫고, 정오부터 자정까지만 상영한다는 것이다. 주말 역시 심야 상영은 폐지할 방침이다. 롯데시네마 측도 “관람료 인상 등을 확정한 바는 없지만 가파른 고정비 상승 등은 모든 영화관이 똑같이 가진 문제”라고 밝혔다.

코로나 19 여파로 개봉 일정이 엉킨 국내외 주요 영화들.




영화관 못지않게 제작·배급사들이 처한 상황도 열악하다. 신작 개봉, 투자금 회수, 후속 작품 제작을 톱니바퀴처럼 돌려야 하는 데 코로나 불확실성 탓에 사업계획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했다. 올 봄 개봉을 노리고 제작을 오래전에 마쳤지만 수차례 일정을 미루면서 겨울 개봉도 장담할 수 없게 된 작품도 여러 편이다. 영화관으로부터 수익 배분을 받아야 하는데 관객이 줄었으니 당연히 나눠 받는 몫도 확 줄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코로나19로 인한 영화계 및 영화인 피해규모’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여파로 121편의 영화 제작이 중단되거나 개봉 연기됐다. 제작 중단·취소로 63억 7,000만 원, 제작 연기·변경으로 80억 2,0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3차 추경으로 영화인 직업 훈련 긴급지원 등에 1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긴 했지만 업계 상황을 호전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 9일 미국 미주리 펜톤에 위치한 극장 체인 리갈의 상영작 안내판이 텅 비어 있다./UPI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한국 영화산업 외부에 존재하는 악재들이다. 전 세계 영화산업이 코로나 19라는 블랙홀로 동시에 빨려 들어가고, 특히 세계 영화산업 1위 국가인 미국은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 할리우드가 거의 멈춰선 상태다. 전 세계 상영관에서 집객 효과를 내던 할리우드 대작 시리즈가 내년, 내후년 이후로 제작·개봉 시기를 계속 미루는 가운데, 미국 영화계의 침체는 국내 영화 산업이 재기하는 데도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코로나 여파로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득세한 데 따른 대응책 마련도 영화계의 당면 과제다. 넷플릭스는 지난 2·4분기에만 전 세계에서 유료 가입자 1,000만 명을 추가로 모았을 정도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블록버스터 작품은 손익분기점 돌파에 필요한 관객 수를 감안해 겨울 이후 일부는 내년으로 개봉을 연기했다. 승리호, 영웅, 싱크홀 등 국내 작품을 비롯해 블랙위도우, 분노의 질주, 탑건 매버릭 등 할리우드 작품도 공개를 미뤘다”며 “영화계에 의미 있는 개선 신호 여부는 연말쯤에야 확인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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