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로 구급차와 사고를 내고 길을 가로막아 이송 중이던 환자를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택시기사에게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됐다.
21일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는 특수폭행·특수재물손괴·업무방해·사기 등 6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택시기사 최모(31)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년간 운전업에 종사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고의 사고를 일으키거나, 단순 접촉사고에 입·통원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보험금과 합의금을 갈취했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6월 발생한 사고의 경우 피고인의 범행과 구급차 탑승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기소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그 점은 양형에 참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피고인은 최초 조사 당시 ‘환자를 먼저 119로 후송했다’는 등 범행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조사가 계속되자 자백했다”며 “법정에 와서도 일부 범행에 본인의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지난 6월8일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사설 구급차와 고의로 접촉사고를 내고 ‘사고 처리부터 하라.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10여분간 구급차 앞을 가로막았다. 해당 구급차에 타고 있던 79세의 폐암 4기 환자는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할 기회를 놓쳤고 상태가 악화돼 숨졌다.
최씨는 지난 2017년 7월 용산구 이촌동 인근에서도 사설 구급차를 들이받고 “응급환자도 없는데 사이렌을 켜고 운행했으니 50만원을 주지 않으면 민원을 넣겠다”며 협박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최씨가 운전업에 종사하며 2015∼2019년 동안 총 6차례에 걸쳐 고의로 사고를 내 2,000만원 상당의 합의금과 치료비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앞선 공판에서 최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양보하지 않고 사고를 일으키고, 보험금을 불법 편취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사회로 나가면 다시는 운전업에 종사하지 않고 반성하며 정직하게 살겠다”고 선처를 구했다.
최씨 측 변호인도 “피고인은 10년 넘게 대형 차량을 운전해오면서 정체구간에서 앞에 끼어드는 ‘얌체운전’에 나쁜 감정을 갖고 있었다”며 “의도적으로 돈을 갈취하려는 목적으로 사고를 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재판이 끝나고 사망한 환자의 유족 측은 선고 형량이 적은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유족과 망인의 아픔이 정확히 반영된 판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최씨의 고의 이송 방해로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경찰은 유족이 최씨를 살인, 특수폭행치사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