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선언 하나로 與野 정치권을 이만큼 술렁이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에 한 명도 없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결코 많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 동안 당 내부 결정과 주요 현안에 대해 소신 발언을 이어온 금 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을 떠납니다”라고 밝힌 21일 여의도는 하루 종일 술렁였다. 여야 의원은 물론이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그의 결정에 대해 언급을 했다. 야권은 대체로 그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떠나는 그를 향해 여권은 대놓고 비판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주목받은 것은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의 ‘입’이었다. 이 대표는 그동안 금 전 의원과 관련한 질문에는 “즉흥적으로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답하며 말을 아껴왔다. 금 전 의원은 당의 ‘공수처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5월 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경고’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후 재심을 청구했지만 5개월이 재심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도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일단 떠난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며 “(금 전 의원의) 충고는 우리가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당의 입인 허영 민주당 대변인 역시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자연인으로서의 탈당”이라며 “큰 의미가 있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입 다음으로 관심이 집중된 입은 김 위원장의 입이었다. 적의 적은 친구라 했던가. 민주당의 오만한 태도를 꼬집으려 당을 탈당했으니 자연히 민주당의 카운터파트인 국민의힘 수장의 입장이 궁금할 수 밖에 없는 노릇. 취재진은 어김없이 그에게 질문을 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를 마친 뒤 금 전 의원을 영입할 가능성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 사람 의향이 어떤지는 확인한 적이 없다”며 “탈당과 관계없이 만나기도 했던 사람이다. 한번 만나볼 수는 있다”고 답했다. ‘정치 언어’로 해석하자면 ‘영입에 나설 의향이 있다’ 정도로 풀이된다. 좀 더 거칠게 해석하면 ‘러브콜을 보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여당과 제 1야당의 수장이 원론적인 수준에서 반응을 보였다면 개별 의원들은 그보다는 좀 더 ‘날 것’의 입장을 밝혔다. 그 중에서도 단연 금 전 의원과 고등학교 동창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친구로서 태섭이가 보냈을 아픈 시간을 함께 해 주지 못했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며 “탈당하자마자 만나보겠다는 국민의힘이나, 탈당하자마자 저주를 퍼붓는 민주당이나 오두방정이 참 가관이다.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어찌 그리 똑같은지…”라고 직격했다. 여야 모두를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그는 “고민을 많이 하는 정치인이었다. 옳고 그름을 잘 아는 정치인이었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지나간 시간은 빨리 잊고, 다가올 어려움은 잘 헤쳐나가서, 더 좋은 정치인으로 크게 성장하기 기원한다”고 금 전 의원의 결정을 응원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의 메시지는 특히 ‘온기’가 느껴졌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그나마 바른말 하던 금태섭이 민주당을 탈당하기로 했다고 한다”며 금 전 의원을 향해 “조만간 우리가 함께할 날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때까지 부디 건강하길”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의원의 소신 따윈 필요 없고 징계의 대상이나 되는 정당에서 누군들 몸담고 싶겠는가. 우리 정치가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사람 하나 또 잃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며 “부디 정치를 완전히 떠나지 말고 권토중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그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이익과 자리만 쫓아다니는 철새 정치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금 전 의원의 탈당 선언과 관련해 쓴 글이다. 그는 “그의 탈당이 너무나 뜬금없다. 아무런 정치적 이벤트도 없고 관심도 없는데, 너무나 갑작스럽고 명분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쉽게 말하자면 그의 지금 태도는 초등학생 수준의 이기적인 모습”이라며 “‘과연 누가 정말 오만한 것인지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안타깝지만 본인을 위해서나 민주당을 위해서나 잘 된 일”이라며 “정치를 계속하겠다니 국민의힘행보다는 국민의당행을 권면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음 총선을 생각하면 국민의힘이 더 땡기겠지만 그래도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철수형이 외롭다. 이럴 때 힘 보태주는 것”이라며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걱정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걱정한다. 아무튼 건투를 빈다”고 덧붙였다. 조언이라기 보다는 비꼰 것에 가까운 발언으로 풀이된다. 금 전 의원은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천천히 말하려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