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또 다시 제안한 종전선언과 관련해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제제재 완화 등 북한이 악용할 가능성에 대한 위험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내비쳤다.
미국의소리(VOA)는 브룩스 전 사령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한미연구소(ICAS)의 정례 가을총회에서 대담자로 나서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감수하더라도 한반도 종전선언은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이 현실화 될 경우 유엔군사령부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타라 오 동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의 질문에 “널리 받아들여지는 생각은 아니고 어려운 문제지만 고려할 가치는 있다고 본다”며 “종전선언이 실질적으로 관계 변화에 대한 신호라면 한국이 북한에 특정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다”고 답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또 “북한은 대내적으로는 종전선언을 승리로 치장해 선전선동을 하겠지만, 한편으로 대화의 문을 다시 열어 유해발굴 재개,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다만 “미국 정부와 서방세계는 종전선언이 효과적인 대북제재를 방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념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남북·미북 대화 중단은 지나친 압박과 불충분한 관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는 종전선언의 효과가 북한의 악용으로 완전히 반대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것이었다. 유엔군사령부는 국제적 노력의 본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종전협정이 발효되더라도 당분간 계속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지크프리드 해커 전 로스 알라모스 미국 핵연구소장이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이 최근에 발간한 ‘격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북한의 핵무기 연구소를 폐기 대상으로 제안한 내용을 언급하자 브룩스 전 사령관은 “알려진 제안 시점이 자신이 퇴임한 이후이며 친서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만일 사실이라면 북한이 제안한 것은 실질적인 북한판 로스알라모스 연구소가 아닌 상징물이거나 실질적으로 폐기 가치가 없는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정부가 거부한 데는 그 제안이 충분히 좋은 거래라고 보지 않는 등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브렌든 멀바니 미 국방대학 산하 중국항공우주연구소장이 최근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길 거부하는 상황을 묻자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국은 이미 1950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했고 1953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을 때 다시 선택을 했다며 미국과 동맹이 되는 것을 이미 오래 전에 결정했다”면서도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시각은 매우 얄팍하므로 미국 정부도 이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국이 중국과의 균형된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서 동맹의 성격이 종식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하지만 한국 정부 내 지인들로부터 미국이 양자택일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고 부연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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