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님,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옛날 방식 홍보에 관심 없습니다. B급 감성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최근 인사혁신처에서 20대 공무원 3명이 50대 직속 국장과 마주 앉아 인기 홍보영상의 흥행 요인을 가르치다 나온 질문이다. 기존 상명하복식 공무원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 인사처에서 실험적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인사처가 1990년대 생 공무원과 국장급 공무원이 함께 참여하는 ‘역으로 지도하기(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역으로 지도하기’는 만 31세 이하 후배 직원 18명이 상담자(멘토)가 돼 선배 직원 6명에게 조언하고 상담하는 과정이다. 인사처가 공무원 인사를 담당하는 조직인 만큼 수평적이고 탈권위적인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선제적으로 꺼내 든 프로그램이다.
상담자로 참여하는 적극행정지원단 정현아 사무관은 “국장님이 젊은 직원의 생각을 많이 궁금해 하고 적극적으로 물어봐 우리들의 생각과 경험을 편하게 전해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최재용 기획조정관은 “역으로 지도하기가 젊은 직원들의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면서 “배운 내용들을 실제 업무와 조직문화 개선에 활용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주제는 최신 시장 흐름이나 정보기기 활용법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놀면 ‘뭐’ 하니?] 새천년 세대의 여가생활’ ‘[새천년 세대의 문화] 인터넷·해외직접구매, 일과 삶 균형, 행복중시 문화’ ‘[일하는 방식 개선 체험] 구글 문서 도구(독스)로 요약보고서 작성·공유해 보기’ ‘[그 놈의 소속감] 현직 새천년 세대 공무원이 쓴 책을 읽고 토론’ ‘[새천년 세대가 선호하는 업무지시 방식] 부당한 지시의 기준, 좋은 상사의 요건’ 등이 포함됐다. 젊은 공무원 3명과 국장 1명이 팀을 이룬다. 세대 간 소통을 늘리고 장벽을 허물려는 적극 행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인사처에 따르면 전체 국가 공무원 가운데 20대는 11.5%, 30대는 29.4%를 차지한다. 인사처 공무원 가운데는 20대가 7.9%, 30대가 34.3%다.
황서종 인사처장은 “새천년 세대 공무원이 늘며 공직문화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공직문화 변화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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