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제정책에 이어 한일관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각종 정책과 현안을 챙기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2022년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3월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6개월 임기의 당 대표가 보폭을 지나치게 넓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당 대표 취임 이후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는 등 총리 재직 시절 쌓아놓은 안정된 이미지가 오히려 독(毒)이 되고 있어 정치적 선명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반전의 카드로 각종 경제정책에 이어 외교 문제까지 보폭을 넓힌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22일 이 대표는 국회에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의 예방을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에 대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가며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도미타 대사도 “일본 정부의 방침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 이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고 이 대표가 전했다. 특히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 선출된 김진표 민주당 의원과 당 지도부가 다음달 12~14일 도쿄를 방문하기로 해 ‘셔틀 외교’의 부활도 기대되고 있다. 이 대표가 김 의원에게 적극적인 의회외교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져 꽉 막힌 한일관계 해법까지 챙기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대표가 특정 이슈에 대해 정확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해법을 모색하기보다 당 대표 임기 동안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만 돋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이 대표가 당 대표에 취임한 후 신설한 특위 등 당내 조직은 39개로 최근에도 미래거주추진단(19일)에 이어 ‘국난극복 케이(K)-뉴딜위원회’ 산하 ‘바이오헬스 본부(20일)’ 등도 추가로 만들어졌다. 또 21일에는 최고위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위원회’, 이른바 ‘소확행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상에 신설 가능한 특위와 위원회가 51개라는 점에서 규모상 많지는 않지만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짧은 임기 내 성과에 골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위원회를 띄우고 모든 이슈를 직접 챙기려는 ‘만기친람’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의원들도 당일에 위원회 명단에 포함된 것을 알 정도로 의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40개 가까운 특위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당 장악’과 ‘세 확장’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당 자체를 대선 캠프 진용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했다.
관건은 성과다. 부동산 문제만 해도 이 대표가 ‘반성’까지 언급하며 시작했지만 재산세 감면을 두고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을지도 미지수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슈를 하나씩 털고 가야 하는데 전방위로 펼치다 보니 현안마다 매듭을 짓지 못한 채 끌려가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당 대표와 대선주자로서 정체성 혼란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 대표가 당 대표 임기 전까지 보여줄 성과 찾기에 골몰하는 게 읽힌다”며 “민주당 소속 174명 의원과 밀접 접촉하면서 당내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성과가 미진할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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