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위축을 우려해 공직 사회에 적극행정을 강조하는 가운데 정작 소극행정의 원인은 정치 주도 행정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 관가에 따르면 한국사회과학협의회는 최근 ‘적극행정을 위한 법체계와 감사원의 역할에 관한 연구’ 용역보고서를 감사원 소속 감사연구원에 제출하고 “견제와 균형보다는 정치가 주도하는 경우 적극 행정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정치가 (행정을) 주도하는 현실에서 아무리 적극행정을 강조하고 제도를 개선해도 ‘다음 정부에서 어떻게 뒤바뀌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신의 상태에서는 적극행정을 하기 쉽지 않다”며 “가령 선출직이 지방공무원의 인사와 조직권을 장악하고 통제하는 현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공무원에게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적극행정을 기대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어 “산업화 시대의 공문원은 발전행정의 선도자로서 공무원 자신이 추구하려는 목적과 조직의 목적 사이에 교집합이 많아 적극행정을 추구할 동기가 많았다”며 “그러나 민주화 시대엔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첨예한 갈등에 대한 조정·합의 등이 중시돼 국정운영에서 입법부 우위나 정치 주도 현상이 나타났고 종전과 다른 제약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정치가 지나치게 행정에 간섭하거나 통제하려는 현상을 없애야만 적극행정이 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보고서는 “정치인들은 민주화에 따라 과거에 비해 더욱 치열해진 선거경쟁 과정에서 남발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행정관료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한다”며 “행정관료는 한편으로는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진 법치주의 원리에 대해 부응해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상관의 적극행정 기대에 대해 부응해야 한다는 다소 상충적인 업무환경에 처해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같은 맥락에서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 기관으로 정치적 독립성에 의심을 받는 상황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감사원에 대해 정치적 독립성과 대국민 신뢰도의 문제가 끊임 없이 제기된다”며 “감사원은 헌법상 직무의 독립을 보장받지만 대통령 소속 기관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언론, 정치권, 시민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의 4대강 사업 관련 감사나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관련 감사 등과 관련한 논란만 보더라도 법·제도에 의해 주어진 감사원 직무의 독립성이 현실에서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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