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택배기사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의 글씨체를 근거로 “택배대리점주가 택배기사에게 가입하지 말 것을 강요하고 대필로 작성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당사자인 택배기사는 “동료에게 대필을 요청했으며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작성해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다. 당정은 “택배대리점주의 강압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며 특수근로형태종사자(특고)에 대한 산재보험 의무가입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공단 고양지사는 CJ대한통운 파주지점을 방문해 김모 택배기사가 지난 20일 작성한 확인서를 검토했고 21일 기준으로 산재보험 적용제외 처리했다.
김 기사는 민주당이 제기한 ‘산재보험 적용제외에 택배대리점주에 강압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의 핵심근거였다. 일반 근로자의 경우 산재보험료를 전액 사업주가 부담하지만 특고종사자인 택배기사는 대리점주와 절반씩 분담하며 본인이 가입을 원하지 않으면 ‘적용제외’ 신청을 할 수 있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김 기사가 8월18일 특고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했는데 매우 유사한 필체가 다른 택배기사의 신청서에서 발견됐다며 ‘대리점주 강압’ 의혹을 제기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실에서는 “신청서를 대리작성한 것 아니냐”며 “택배대리점이 노동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권유나 강요를 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도 김 기사의 대리점주인 윤성구 CJ대한통운 파주지점 대표에게 “택배 노동자를 다 모아놓고 적용제외 서류를 나눠주면 안 쓰고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특고의 경우 산재보험료를 50대50으로 부담하는데 이를 부담하기 싫어서 작성을 강요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윤 대표는 “하늘을 우러러 맹세코 아니다”라고 답했다.
서울경제 확인 결과 김 기사는 확인서에서 “작성 당일 배송물량이 많았고 지난해에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한 적이 있어 동료 기사에게 본인 것을 작성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어 ‘본인의 의사로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원하느냐’는 질문에도 “원한다. 실비(보험)로 인한 중복비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 관계자는 “확인서를 다시 받았기 때문에 산재보험 적용제외 처리를 했다”며 “대리점주와 직원들을 조사한 결과 ‘기사 본인이 원했다’는 같은 진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특고 산재보험 적용제외 사유를 질병, 육아, 사업주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 등으로 제한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의 ‘의무가입’이다. 이날 국회 환노위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과로사의 위험에서 택배기사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산재보험법 개정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