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피켓 시위’와 고성·야유 속에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특별검사법 도입 요구와 문 정권의 실정에 대한 비판, 이날 강화된 청와대 경호로 인한 ‘해프닝’ 때문이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 입장하는 동선을 따라 ‘이게 나라냐!’, ‘나라가 왜 이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도열했다. ‘국민의 요구 특검법 당장 수용하라’, ‘특검법 거부하는 민주당은 각성하라’, ‘특검으로 진실규명, 대통령은 수용하라’ 등의 구호도 외쳤다. 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한 특검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과 경호팀은 국회의사당 입구부터 본회의장까지 피켓과 구호를 뚫고 이동해야 했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전 발생한 ‘경호 해프닝’은 시위로 격해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기름을 부었다. 국민의힘 측에서 이 같은 ‘시위’를 예고하면서 국회는 이날 경내 경비를 강화한 바 있다. 국회는 시정연설을 앞두고 본관 앞 계단 주변부터 외부인을 전면 통제했다. 본관 로텐더홀에서도 문 대통령이 지나는 레드카펫과 취재진 사이에 통제선을 설치했다. 지난 7월 ‘신발 투척 사건’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청와대 경호팀 역시 경호에 한층 공을 들였다. 그러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경호팀이 주 원내대표의 신원을 물어보는 등 수색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성과 야유로 단체 항의에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선 채로 항의하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사실을 확인한 후 청와대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겠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당도 예의를 갖춰 경청해달라”고 장내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고성은 잦아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입장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박수를 쳤지만, 이미 불쾌한 분위기였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립하지 않았다. 박수와 고성이 엇갈리는 극명한 온도차 속에서 본회의장에 입장한 문 대통령은 야당 쪽으로는 별다른 시선을 두지 않고 의원들에게 목례를 건네며 곧장 연단으로 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중에도 앞서 들고 있던 피켓을 각자의 자리에 붙인 채 연설을 들었다.
한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시정연설 전 진행된 사전 환담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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