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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의 불행은 왜 계속 반복됐나

■[신간]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라종일 외 5인 지음, 파람북 펴냄

외교·정치제도·언론관계·리더십 등

여러 측면에서 불행 원인 분석해

"오케스트라 지휘자 리더십 필요"





일제 강점과 수탈이 할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 전쟁은 한반도 전체를 폐허로 만들었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제도 역시 혼란 그 자체였다. 오죽하면 외국인 종군기자가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피어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나는 것과 같다”고 싸늘하게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 같은 예상을 산산조각내고 놀라운 속도로 다시 일어섰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모두 이룬 나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다. 심지어 이제는 문화 강국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성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 정치사는 뒤돌아볼 때마다 국민들을 한탄하게 한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 외교에 대한 최종 책임을 갖는 ‘절대권력’ 대통령이 매번 불행을 겪었다는 점 때문이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하야 후 망명지에서 쓸쓸히 작고했고, 5·6·7·8·9대 박정희 대통령은 16년 장기 집권 중 청와대 밖에서 최측근의 총탄에 쓰러졌다.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정권의 생명을 연장했던 전두환(11·12대)·노태우(13대) 대통령은 문민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구속 수감 됐다.

이후에도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국민의 직접 투표를 통한 평화로운 권력 이양으로 권력을 잡았던 김영삼(14대)·김대중(15대) 대통령은 자식들이 각종 비리 게이트에 연루됐다. 이후에도 역사의 아픔은 계속됐다. 노무현(16대) 대통령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이명박(17대)·박근혜(18)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후 수인복을 입었다. 이런 역대 대통령의 모습은 대통령 개인에게도 불행이지만 지켜보는 국민에게도 더 없이 고통스러운 일이다.

불운한 한국 정치사를 보여주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내년 오스카에 도전하는 한국 대표 작품으로 선정했다. 영진위는 “전후 비약적인 경제적 발전을 이뤘고, 지금은 문화적인 흐름을 선도하는 한국의 다소 어두운 역사를 정면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영화”라고 설명했다./사진제공=스틸컷


왜 이렇게 대한민국 대통령은 한결같이 비극을 겪어야만 했던 것일까.

이런 비운의 역사에 대해 라종일 전 주일대사 등 국내 정치·외교 전문가 6인이 그 원인을 분석한 책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파람북 펴냄)’을 내놓았다. 이들은 책에서 외교, 언론, 정치제도, 리더십 등의 측면에서 불행의 원인을 찾아냈다.



먼저 외교와 관련해 지정학적으로 한국 대통령은 외교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여전히 휴전 상태인 북한과 위태롭게 마주 보며 살고 있다. ‘외교 함정’이라고 불릴 정도로 힘겨운 우리 외교 현실이 늘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와 국정 과제 추진 동력을 빼앗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했다.

언론도 대통령 운명의 변수라고 저자들은 주장했다. 독재 정권에서는 언론이 정권 탄압의 대상이었지만 문민정부 이후엔 오히려 언론이 정치와 ‘협력’과 ‘대립’을 반복했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언론과 험악한 적대적 순간”을 여러 번 겼었다고 저자들은 말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려다 본 청와대./연합뉴스


또 책에 따르면 정치 제도 측면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 ‘5년 단임제’ ‘승자 독식 제도’가 끊임없이 부작용을 일으켰다. 먼저 왕조 지배 체제를 겪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군왕과 동일시하는 현상이 있었다. 산업화를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시키는 과정에서 1인 독재가 강력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또 5년 단임제는 독재는 막았으나 국정 운영의 불안정성과 비효율성을 초래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민주적 리더십’이 부족했다. 각자 지향점이 어디든 간에 권위주의 사회에서 자란 세대라는 건 모두에게 해당 된다.



저자들은 불행의 원인을 이렇듯 크게 네 가지로 지목한 후 대를 잇는 불행을 끊어내기 위한 제언도 책에 담았다. 국민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면서 후진적 정치 문화를 이제는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스턴필하모닉 지휘자 벤자민 젠더의 말을 인용하면서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리더십을 제안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자기는 정작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는 얼마나 다른 이들로 하여금 소리를 잘 내게 하는가에 따라 능력을 평가 받는다. 다른 이들 속에서 잠자고 있는 가능성을 깨워서 꽃피게 해주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 아닐까?”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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