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때부터 15년간 여섯 번 이사한 끝에 협소 주택을 짓게 된 저자가 써내려 간 ‘부동산 고난기’다.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를 잘못 팔아 6억을 손해 봤다. 팔고 나서 치솟은 아파트 시세를 보며 1~2년간 얼굴에 열꽃이 피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저자 소개 딱 두 문장만으로도 부동산 광풍 시대를 사는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다. 잘못된 매매와 그로 인해 겪게 된 다이내믹한 여정은 그러나 저자가 ‘집의 참맛’을 깨치는 계기가 된다. 엄마 집, 빌라를 거쳐 옮겨간 한옥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끼고 이때의 경험으로 서울 서촌에 3층짜리 협소 주택을 지었다.
저자는 ‘집을 찾는 모험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자기에게 잘 맞는 집, 편히 쉴 수 있는 ‘진짜 내 집’을 찾아다니며 스스로를 살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작정 남들 따라 ‘아파트 최고’를 외치지 말고, 자신에게 잘 맞는 주거 방식을 찾기 위해 여러 곳에서 살아보라고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옥에 살며 추위·벌레와 싸우고, 서향집에서 강한 햇빛 탓에 색안경을 끼고 요리한 ‘웃픈’ 일화부터 불편 없이 사는 데 생각보다 큰 공간이 필요하지 않고, 돈 없어도 집 지을 수 있다(돈이 없어 집을 지었다)는 메시지까지. 재미와 공감, 정보가 적절히 버무려진 책이다. 1만4,0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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