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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록적 성장에도 아직 지난해 수준 못왔다…코로나 확산·늦어지는 부양책이 변수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2분기 -31%에 따른 기저효과

美 국채금리 되레 0.055%p 올라

미국의 3·4분기 GDP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경제가 3·4분기 33.1% 성장했습니다. 신뢰할 만한 기록이 있는 1947년 이후 최고치인데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높고 좋은 것”이라고 했는데 틀리지 않은 말입니다. 33.1%는 전기 대비 연환산 기준으로 우리 식으로 따지면 7.4%입니다. 엄청난 수치이지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 경기침체에 빠졌던 미국도 이번에 여기에서 탈출하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가 아직 정상궤도로 오른 것은 아닙니다. 갈 길이 먼 것이죠. 3·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GDP, 전년 대비 여전히 3.5% 낮아...빨라야 내년 회복
3·4분기 GDP 수치를 보기 전에 일단 기저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은 2·4분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전국적인 셧다운(폐쇄) 영향으로 -31.4%의 성장률을 보였는데요. 바닥(기저)이 낮다 보니 조금만 성장해도 그 폭이 매우 커 보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평소 물건 10개를 만들던 공장이 5개로 생산이 줄었다가 다시 8개로 늘면 증가폭이 무려 60%에 달합니다. 성장률은 60%지만 평소와 비교하면 여전히 2개나 적죠. 미국도 이와 같습니다. 1·4분기 -5.0%에 이어 2·4분기 -31.4%를 연이어 기록한 이후 경제활동 재개가 이뤄지면서 성장률이 커 보이는 것입니다.

실제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GDP가 3.5% 적습니다. 예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는 뜻이죠. 미셸 기라드 내트웨스트 마켓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V자 회복인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 경제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잘해야 내년에 그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랜드 손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당이앤 스웡크 역시 “기록적인 성장률에도 코로나19가 우리를 밀어 넣은 구멍에서 빠져나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비가 GDP 성장 이끌어...기업투자 증가도 의미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하나씩 알아보죠. 3·4분기 미국 성장은 소비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4분기 서비스 분야 소비자 지출의 GDP 기여도는 16.04%포인트, 상품은 9.24%포인트에 달합니다. 2·4분기에는 각각 -21.95%포인트, -2.06%포인트였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부양책과 실업급여 강화 등 기업과 가계에 대한 정부 지원이 3·4분기에 큰 도움이 됐다”며 “소비지출은 3·4분기에만 연환산 기준으로 40.7%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내구재에 대한 소비자 지출이 이번 분기에만 82.2%나 폭증했습니다. 자동차와 가구, 가정용 운동기구 같은 상품 구매가 증가했기 때문인데요. 경제활동 재개로 사람들이 외식과 여행을 다시 시작하면서 서비스분야 지출도 증가했습니다. 주택도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코로나19에 따른 교외 주택수요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습니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나랍니다. 소비가 살아나면서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한데요.

미국은 소비의 나라다. 3·4분기 소비가 급증하고 기업투자 역시 늘면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업투자도 이례적으로 늘었습니다. 3·4분기 기업투자의 성장기여도는 2.88%포인트였는데요.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합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투자를 늘렸다는 의미는 앞으로의 전망을 좋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희망적인 부분입니다. 지난 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75만1,000건으로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3월 중순 이후 가장 낮았는데요. 시장 전망치 77만8,000건도 밑돌았습니다.



늘어나는 소비와 기업투자, 개선되는 고용시장을 보면 미국이 이제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짐 폴슨 루트홀츠그룹 최고투자전략가는 “나는 이게 과거를 보여주는 데이터라는데 동의한다”면서도 “안을 들여다보면 주택과 자동차 등 소비자들이 돈을 더 쓰고 있다. 집이나 차 같은 내구재는 실직 위험이 있으면 사지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투자가 크게 늘었다. 그들은 경제를 걱정할 때는 투자를 안 하려고 한다”며 긍정적인 부분이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아직 갈 길 멀어...코로나와 부양책, 실업률이 변수
회복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는 월가에서도 이의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인데요. 얼마나 빠른 속도로 되느냐, 아니면 거북이 걸음으로 천천히 되느냐는 큰 차이기 때문이죠.

아쉽게도 시장에서는 회복속도는 느려지며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크게 3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는데 ① 코로나19 재확산 ② 늦어지는 경기부양책 ③ 여전한 고용시장 침체 등입니다.

우선 코로나19입니다. 유럽이 경제활동 규제를 다시 시작한 데 이어 미국도 시카고와 뉴저지주 뉴왁 등 일부 지역에서 부분적인 락다운 조치가 내려지고 있습니다. 최근 1주일간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7만4,000여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치인데요. 이를 반영한 듯 최근에는 여행과 레스토랑 관련 지출이 다시 줄고 있습니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최근 1주일새 카드사용 실적이 전년 대비 5.2% 감소했습니다. 스테파니 켈톤 스토니 브룩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는 바이러스 증가세의 중간에 있고 그 결과 더 많은 락다운을 보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이에 반응해 상점에 덜 오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소비가 다시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죠. 이와 관련해 미국 제약사 머크의 최고경영자(CEO) 켄 프레이지어는 “나는 치료법이나 백신이 코로나를 한 번에 쫓는 마법의 은탄환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백신 개발에 긍정적이지만 내년까지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소독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의회 전경. 다음달 3일 선거 이후에도 당분간 추가 경기부양책은 곧바로 나오기 어렵다. /위키피디아


늦어지는 경기부양책도 문제입니다. 현재로서는 대선 후 곧바로 처리는 어렵고 내년 초는 돼야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요. 정부 대출지원으로 연명해오던 중소기업과 식당의 경우 2차 코로나 확산에 벼랑 끝에 섰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기존에 지원 받은 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데 매출 증가는 요원하기 때문이죠.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외부식사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식당 입장에서는 문제입니다. 9월 산업생산도 예상을 깨고 전월 대비 0.6% 줄고 항공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의 해고 소식도 이어지고 있죠.

신규 실업급여 청구자수 감소에도 전체적인 실업자가 많다는 점도 유념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200만명이 직장을 잃었는데 현재 1,100만명 정도가 다시 일을 찾은 상태입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고용시장이 예전 최고점으로 복귀하는 데는 수개월이 아닌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일시해고는 영구적인 해고가 되고 있으며 앞으로 일자리 창출은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남은 3개월 회복속도 느려진다
실제 4·4분기부터는 성장률 전망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4·4분기 성장률 예측치는 6.0%, 내년 1·4분기 5.4%, 2·4분기 -3.8% 등인데요. 뉴욕타임스(NYT)는 “회복에 힘이 빠지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바이러스 증가와 연방정부 지원 감소에 올해 마지막 3개월 동안 경기둔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되레 0.055%포인트 오른 것도 이 같은 향후 전망 때문이겠습니다.

WSJ의 판단도 같습니다. WSJ가 최근 경제전문가들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내년에 GDP가 예년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올해 전체적으로는 -3.6% 역성장할 것으로 봤는데요. 지난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3.7%로 봤습니다. 내년에는 4.0%로 나아지지만 이후 3.0%(2022년), 2.5%(2023년)로 계속 하락합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파이낸셜마켓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과 선거 불확실성 등이 겹쳐지면서 경기가 회복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점쳤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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