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년 전 조선 왕실이 풍산 홍씨 집안에 하사했던 ‘기사계첩’(耆社契帖)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지난 29일 조선 숙종 시기 화첩인 기사계첩(보물 제639호, 1978년 지정)을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
기사계첩은 1719년(숙종 45년) 숙종의 기로소(耆老所) 입소를 기념해 제작된 화첩이다. 기로소는 70세를 넘은 정2품 이상 문관을 우대하던 기구로, 당시 숙종은 59세여서 때가 되지 않았으나 태조 이성계가 60세에 들어간 전례를 따라 다소 이른 나이에 입소했다.
기사계첩은 기로소에 입소한 관료(기로신)들에게 나눠줄 11첩과 기로소 보관용 1첩을 포함해 총 12첩이 제작됐는데, 완성 시기는 1720년이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기사계첩은 총 5건이다. 이번에 국보로 승격되는 기사계첩 외 나머지 4건 중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은 지난해 국보 제325호로 지정됐고, 이화여대박물관 소장품 1건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2건은 비지정문화재다.
기사계첩에는 첩봉안도(御帖奉安圖), 숭정전진하전도(崇政殿進賀箋圖), 경현당석연도(景賢堂錫宴圖), 봉배귀사도(奉盃歸社圖), 기사사연도(耆社私宴圖) 순으로 실려 있다. 이번에 국보로 지정되는 풍산홍씨 하사품과 다른 기사계첩과 차이는 ‘만퇴당장’(晩退堂藏, 만퇴당 소장), ‘전가보장’(傳家寶藏, 가문에 전해 소중히 간직함)이란 글씨가 있다는 점이다.
문화재청은 “이 글씨는 1719년 당시 행사에 참석한 기로신 중 한 명인 홍만조(1645∼1725)에게 이 계첩이 하사된 후 풍산홍씨 집안에 대대로 전승돼 온 경위와 내력을 말해 준다”고 설명했다.
제작된 지 300년이 넘었음에도 보존이 잘 되어 있다는 점도 반갑다. 문화재청은 “이는 내함(內函, 궤 안에 담는 함), 호갑(護匣, 가방 형태의 보자기), 외궤(外櫃, 맨 바깥 상자)로 이뤄진 삼중 보호장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재청은 “이 기사계첩은 조선 왕실에서 민가에 내려준 물품의 차림새를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왕실 하사품이 일괄로 갖춰진 희소한 사례일 뿐만 아니라 제작 수준도 높아 화첩의 완전성을 돋보이게 한다”고 밝혔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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