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부터 격화한 태국의 반정부 시위 사태가 11월을 맞았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 ▲군부 제정 헌법의 민주적 개정 ▲국왕 권한 제한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달 이틀간 특별회기를 연 의회 논의는 이미 ‘빈손’으로 끝났다. 시위대는 정부가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계속 거리로 나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사퇴 불가’에서 요지부동이다.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군주제 개혁 요구는 누구도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위대와 왕당파 간 충돌 등 상황이 악화하면 과거처럼 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상황 정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1일(현지시간)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가 연립정부를 이끄는 팔랑쁘라차랏당 차이웃 타나카마누손 의원은 의회 해산은 사태 해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기 총선을 치르더라도 군부정권이 만든 2017년 헌법을 준용한다면, 시위대가 다시 거리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군부가 지명했던 상원의원 250명이 총리 선출에 참여하는 헌법을 고치지 않는 이상, 또다시 여권 인사가 선출될 것인 만큼 시위대가 만족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제1야당인 푸어타이당의 수틴 끌룽상 원내총무도 개헌 전에 현 시스템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선 개헌, 후 의회 해산”이라며 공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쁘라윳 총리 사퇴 놓고 여야 대립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셔츠’를 이끌었던 꼬깨우 삐꾼통도 총리가 물러나고, 새 총리가 개헌 일정을 제시한다면 반정부 시위가 잦아들 것이라고 공감했다. 그러나 사팃(민주당) 의원은 똑같은 헌법하에서 이뤄지는 후임 선출은 시위대의 분노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차이웃(팔랑쁘라차랏당) 의원은 총리 사퇴는 지지 세력을 자극해 더 큰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서 쿠데타 가능성 '솔솔'
차이웃 의원 역시 쿠데타 관련 질문에 조건이 맞는다면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쿠데타를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고 일축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개헌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져있을 경우 쿠데타가 방법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사팃 의원도 “시위대가 계속해서 요구를 고집한다면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는 과거 잉락 친나왓 정부 당시 친왕실 단체 국민민주개혁위원회(PDRC)를 이끌며 수 개월간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이는 2014년 쁘라윳 육참총장의 쿠데타로 이어졌다. 태국에서는 1932년 절대왕정이 무너지고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후 2014년까지 19차례나 쿠데타가 발생했다.
현 사태를 풀기 위해 대화를 통해 개헌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수코타이 탐마라티랏 개방대학의 정치학자인 유타폰 이사라차이 교수는 헌법이 그대로면 의회 해산 또는 총리 사퇴 어느 것도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당사자가 대화할 토론의 장이 필요하며, 이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며 “비록 모든 개정 요구를 담을 수는 없겠지만, 개헌으로 가는 길을 닦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쁘라짜티뽁 국왕 연구소의 스띠똔 타나니티촛 소장 대행도 헌법 개정에 초점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띠똔 대행은 “개헌 관련 이슈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화해위원회가 (의회 내에) 설치돼, 찬반 양측을 불러 모아 협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닉쿤까지 나서 '군부독재' 규탄
그룹 2PM 멤버로 태국 출신인 닉쿤도 지난달 17일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정부를 의식한 듯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폭력 사용은 수수방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폭력은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모두 몸조심하고 잘 지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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