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서해상에서의 북한군 총격으로 우리나라 공무원이 목숨을 잃은 사건과 관련해 경위 재조사를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이 지난 9월 북한의 자체 조사를 토대로 사건 경위를 담은 통지문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공동조사를 요구하자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종전선언 등을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재조사를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국정감사 직후 이같이 전했다. 하 의원은 “첩보상으로 (북한의) 시신 수색 정황이 있다”며 “김 위원장이 사건 경위를 조사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9월25일 우리 정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사건 전말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김 위원장의 지시는 통지문에 결과가 담긴 지난 조사 말고 재조사를 하라는 지시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그렇게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재조사를 지시한 것이 사실이라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코너에 몰린 북한이 우리나라의 손을 잡으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공동조사에 응하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김 위원장 시대 들어 무기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상 최대 규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전자화학전 무기까지 갖춘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하 의원은 “9월 열병식에서 북한이 사상 최초로 공개한 것이 여러 개 있다”며 “사상 최대 크기의 ICBM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전자전·화학전 무기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가 교착된 상태에서 국제사회에서 또다시 경제적으로 코너에 몰린 북한이지만 체제 공고화는 더욱 가속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하 의원은 내년 1월 북한의 8차 당 대회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과 새로운 대내외 전략 노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원수’인 김 위원장의 군 지위는 대원수급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여정 후보위원은 당 직책이 더 격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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