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검사들의 이른바 ‘릴레이 커밍아웃 선언’이 300건을 넘어섰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 순회 등 공개 행보에 나선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며 재차 직격탄을 날린 만큼 검찰 내부 불만 표출이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재만(사법연수원 36기) 춘천지검 검사가 지난 달 2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지지하는 댓글이 이날 현재 302건을 기록했다. 전체 검사 수가 2,000명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검사 7명 가운데 1명가량이 사실상 최 검사를 공개 지지하는 ‘커밍아웃’을 한 셈이다. 추 장관과 일선 검사 사이 갈등은 이환우(사시 39)기 제주지검 검사가 지난 달 28일 검찰 내부망에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표면화됐다. 추 장관은 다음날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 검사가 연루된 의혹을 다룬 1년여 전 기사를 링크하며 “커밍아웃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압박했다. 그러자 최재만(사시 36기) 춘천지검 검사가 같은 날 추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검찰 내부망에 “법무부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 이후 수사지휘권을 남발하며 인사권·감찰권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검찰을 압박하고, 검사들의 과거 근무 경력을 분석해 편을 가르고 정권에 순응하지 않거나 비판적인 검사들에 대해서는 마치 이들이 검찰 개혁에 반발하는 세력인 양 몰아붙이고 있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최 검사는 “현재와 같이 정치권력이 이렇게 검찰을 덮어버리는 것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도 커밍아웃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일선 검사들의 릴레이 댓글로 이어졌다. 최 검사는 참여정부 시절 검찰 개혁을 주도했던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사위이자,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일선 검사들의 내부 불만 표출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윤 총장과 추 장관 사이 갈등이 시간이 흐를 수록 고조되고 있는 탓이다. 윤 총장은 이날 충청북도 진천 법무연수원을 찾아 사법연수원 33~34기 신임 부장검사 30여명이 참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 달 29일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위해 대전고검·지검을 방문한 데 이어 공개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이다. 대검에서는 윤 총장 방문이 오는 5일까지 법무연수원에서 진행되는 ‘부장검사 리더십’ 과정 중 하나로 예정된 행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추 장관과 대립 상황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공식 일정에 참석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추 장관도 이를 겨냥한 듯 이날 법무부 공식 알림을 통해 윤 총장을 비판했다. 또 “국민청원에 담긴 국민적 비판과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 통신망에 추 장관에 대한 검사들의 비판 댓글이 잇따르고, 이에 맞서 항명 검사들의 사표를 받으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추 장관이 처음으로 공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안현덕·이경운기자 alwa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