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투표가 뉴햄프셔주 산골 마을 2곳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표작업에 들어갔다. 1억명에 육박하는 사전투표 인원 탓에 이튿날인 4일 새벽 당선자를 확정하기 어렵지만 펜실베이니아와 함께 핵심 경합주로 꼽히는 플로리다부터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플로리다를 주목하라 |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오후7시(한국시각 4일 오전9시) 투표를 종료한 플로리다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4일 오전 선거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유권자의 63.8%가 사전투표를 한 플로리다는 미리 개표를 시작했다. WSJ는 “선거 결과를 모른 채 잠이 들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선거인단 29명인 플로리다는 사전투표 결과를 가장 빨리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는 선거일 전 개표를 허용하지 않는데다 투표 3일 뒤 도착분도 인정하기로 해 최종 결과가 며칠 뒤에 나올 수 있다. 다만 누가 펜실베이니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뒤바뀔 수 있어 초반 개표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 가능성을 제기한 곳도 펜실베이니아다. 또 다른 경합주인 애리조나와 위스콘신·노스캐롤라이나·미시간 등도 이날 오후7시부터 순차적으로 개표에 돌입한다.
경합주 판세는 안갯속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6개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차이는 2일 기준 2.6%포인트에 불과하다.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승자 예측이 엇갈린다. 첫 개표 결과가 나온 뉴햄프셔의 딕스빌노치와 밀스필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6표를 얻어 10표인 바이든 후보를 누르고 첫 승리를 거뒀다.
시장에서는 선거 결과와 별도로 불복과 소송 시 당분간 경제·정치 분야에 마비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1월까지 두 달여간 행정부와 의회에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미국 대선은 선거일 이튿날 오전2~3시 전후로 당선자를 알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패배선언과 승리선언이 이어지면서 선거가 마무리돼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2020년 미국 대선은 상황이 180도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편투표를 포함한 사전투표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개표에 걸리는 시간이 천차만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실상 가장 긴 개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표 관전 포인트는 |
선거 당일인 3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보면 주민 100명 이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0시에 투표를 시작해 곧바로 결과를 공개한 뉴햄프셔를 제외하면 오후6시(한국시각 4일 오전8시) 인디애나와 켄터키주를 시작으로 오후7시(한국시각 4일 오전9시) 플로리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조지아 등이 투표를 종료하고 개표를 시작한다. 오후7시30분(한국시각 4일 오전9시30분)에는 노스캐롤라이나와 오하이오 등이 동참한다.
이 때문에 개표 초반에는 플로리다가 최대 관심사다. 현재로서는 플로리다와 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는 이미 사전투표 결과 집계를 시작해 예전과 비슷한 수준에서 선거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아의 경우 투표 마감은 오후7시(한국시각 4일 오전9시)지만 우편투표를 모두 스캔하고 처리하는 데 이틀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조지아 주당국의 예상이다.
오후8시(한국시각 4일 오전10시) 이후에는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와 두 후보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텍사스의 개표가 시작된다. 오후9시(한국시각 4일 오후1시)에는 애리조나와 위스콘신, 미네소타(한국시각 4일 낮12시) 등의 투표가 끝난다. 이 중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은 이날 오전부터 우편투표 용지 처리가 가능해 최종 집계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펜실베이니아는 발송일 소인이 유효하면 11월6일 도착분까지 인정해주기로 해 추가로 며칠이 소요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때 펜실베이니아에서 0.7%포인트 차이로 신승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펜실베이니아에서 석유산업을 단계적으로 없애고 싶다고 밝힌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달리 석유산업 유지를 강조해 막판 뒤집기를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의 경우 필라델피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 같은 대도시 이외에 교외 지역에서 표를 얻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편투표가 급증하면서 많은 주가 개표에 추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등 일부 주는 선거일 이후 며칠이 지나도록 완전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뉴햄프셔 등 9개주만 오늘 낮 완료될 듯 |
실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선거일 다음날인 4일 낮12시까지의 개표 진행상황을 각 주에 문의한 결과 9개 주만이 98% 정도의 개표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일 현재 총 사전투표가 9,870만표이고 이 중 우편투표 인원만 6,298만명에 달하는 게 주요 원인이다.
구체적으로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바이든 후보의 강세가 예상되는 사전투표 결과는 3일 오후7시30분(한국시각 4일 오전9시30분)께, 현장투표는 3일 오후8시30분부터 4일 오전1시 사이에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위스콘신주도 선거 당일, 늦어도 선거 다음날이면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뉴햄프셔도 선거일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른 시간대에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플로리다와 애리조나는 세부 시간대에 대해 답하지 못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수일 소요 전망 |
유권자들도 대선 승자가 확정되는 데 1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3일 밤 대선 승자가 정해질 것으로 보는 유권자는 17%, 다음날인 4일은 18%였다. 1위는 ‘1주일 이내’로 30%였다. WSJ는 “플로리다와 조지아 등 5개 주요 주는 초기 집계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펜실베이니아 등은 그렇지 않다. 이번주는 (선거 결과를 알기 위해) 인내해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초반 상황을 바탕으로 승리를 선언하더라도 확실한 승자는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워싱턴에서는 2000년처럼 대법원이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결과가 1개 주의 승패에 달려 있어야 하고 표 차이가 적으며 재검표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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