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어렵지만 하루 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는 수도사들의 모습을 통해 모든 분에게 위로와 감동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초대 천주교 안동교구장을 지낸 두봉(92·사진) 주교는 지난 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간담회에 참석해 관객들에게 이같이 전했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는 일평생 봉쇄구역을 떠나지 않고 엄격한 카르투시오 헌장을 따라 살아가는 수도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1084년 성 브루노가 설립한 카르투시오 수도회는 1,000년 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다가 2005년 프랑스 감독 필립 그로닝의 다큐멘터리 ‘위대한 침묵’을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국내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요청으로 지난 2004년 경북 상주에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분원이 설립됐다. 프랑스 출신으로 66년 전 한국으로 온 두봉 주교는 한국에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을 세울 당시부터 깊은 인연을 맺어 왔다.
그동안 국내에 봉쇄수도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다가 지난해 지상파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고, 이번에 영화로 다시 제작됐다.
두봉 주교는 봉쇄수도원을 공개하게 된 배경에 대해 “그동안 봉쇄수도원에 들어왔다가 버티지 못하고 나간 이들이 많았다”며 “대부분이 영화 ‘위대한 침묵’을 보고 찾아왔다고 하더라. 그래서 수도원장에게 한국에서도 영화를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수도사가 되겠다고 찾아 오지 않겠냐고 했더니 촬영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봉쇄수도원 촬영은 각각 상주 분원 수도사들과 프랑스 본원의 투표를 거쳐 2년여 만에 이뤄졌다.
영화는 평생 봉쇄구역을 떠나지 않고 침묵과 고독, 가난의 삶을 살아가는 수도사들의 삶을 조명한다. 상주 분원에는 한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크로아티아 출신 6명의 종신수사와 국내외 국적의 평수사까지 총 11명의 수도사가 생활하고 있다. 수도사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기 위해 일평생 세상과 단절된 채 혹독한 삶을 살아간다. 평생 독방에서 생활하며 대화가 금지되고, 식사도 하루 한 끼로 제한된다. 고독과 침묵을 기도로 이겨내며 죽어서도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 이들만 수도원에 남을 수 있다. 1년에 딱 두 차례 가족들과의 만남이 허락되지만 그마저도 수도원 안에서만 이뤄지며, 식사와 숙박은 같이 할 수 없다.
그동안 수도사들의 삶을 곁에서 지켜본 두봉 주교는 “지난 10년 이상 매달 수도원을 찾아갔다. 영화를 보니까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봉쇄수도원을 소개하고 있다”며 “수도사들은 세상과 단절된 채 우리를 대신해 하느님을 섬기는 분들인데, 영화가 그들의 삶을 그대로 잘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화는 기존 방송에는 빠진 성탄절을 포함한 겨울 이야기를 추가해 사계절 수도사들의 삶을 완성하고 있다. 좁은 방 안에서 오직 십자가만 바라보는 이들의 소박하고도 극도로 절제된 삶을 통해 코로나 19 펜데믹으로 도래한 언택트 시대에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사람은 살면서 어려운 일이 생길 때 의지할 무언가를 찾기 마련입니다. 수도사들의 삶을 보면서 우리 곁에 하느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욱 큰 사랑을 배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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