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향해 “새로운 평화의 시간을 다시 설계하자”고 호소했다. 구체적으로는 ▲연락채널 복원 ▲판문점 내 자유왕래 ▲판문점을 통한 이산가족 상봉 등을 제안했다.
이 장관은 4일 판문점 견학 지원센터 개소식 축사자로 나서 “지금 ‘남북의 시간’은 잠시 멈춰 있고 신뢰와 관계복원을 위한 과제들도 남겨두고 있지만 남북합의의 정신이 깃든 판문점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리에게 ‘작은 평화’의 시작이자 ‘큰 평화’를 열망하는 희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판문점에는 가슴 아픈 대립의 역사, 그리고 대화와 협력의 역사가 공존하고 삼엄한 군사적 공간이었지만 남북 대화와 접촉의 창구이기도 했다”며 2018년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합의를 이룬 사실과 그해 6월 남·북·미 세 정상이 만난 사실을 차례로 거론했다. 이 장관은 “무엇보다 판문점은 9·19 군사합의가 지켜지고 있는 합의이행의 현장”이라며 “남북간 모든 총기를 없애자는 약속에 따라 권총도, 방탄 헬맷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또 “이번에 판문점 견학지원센터를 개소하면서 분산되어있던 견학 창구를 일원화하는 등 절차적인 문제들도 대폭 개선했다”며 “단체 위주의 견학을 개인과 가족단위로도 판문점 견학이 가능하게 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평화를 더 쉽고 편리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 국민들의 평화의 발걸음들이 쌓이고 또 쌓이면 평화에 대한 열망과 의지도 판문점을 넘어 북측까지 전해질 것이라 믿는다”며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물꼬가 다시 트이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특히 ‘세 가지 작은 걸음’이라는 제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선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끊긴 연락 채널 복원을 언급했다. 이 장관은 “지금은 응답하고 있지 않는 남측 ‘자유의 집’과 북측 ‘판문각’ 사이의 통신이 복구되기를 바란다”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빠른 시간 안에 반드시 복원되고 재가동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아울러 “9·19 군사합의를 통해 자유왕래에 합의한 바 있다”며 “함께 비무장화를 이뤄낸 만큼 판문점 공간 안에서라도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매년 보고 싶은 얼굴을 그리며 유명을 달리하시는 이산가족의 절실함을 생각할 때 판문점에서 소규모 상봉이라도 재개되길 희망한다”며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당장 어렵다면 화상상봉과 서신 교환 등 언택트 방식으로라도 이산가족의 상봉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장관은 “판문점은 남북 간 벽이 아니라 통로이고 반드시 다시 이어져야 할 ‘길’”이라며 “사랑하는 북녘의 동포 여러분, 이 길을 따라 더 큰 왕래로 갑시다. 남과 북이 새로운 평화의 시간을 다시 설계해 나갑시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통일부는 이날 판문점 견학 지원센터 개소식에 이어 일반 시민과 취재진 등으로 구성된 80여 명을 시범견학을 시작했다. 판문점 견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으로 지난해 10월 중단됐다가 이날 재개됐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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