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미 대선 개표의 1차 관심은 플로리다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인단 29명이 걸린 플로리다에서 패할 경우 사실상 선거에서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조 바이든 후보는 선거 직전까지 플로리다에서 평균 1.7%포인트 우세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의 공동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이 예상외로 초반에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실제 개표 초반에는 바이든 후보가 앞서 나갔다. 하지만 이내 동률을 이루더니 역전과 재역전·재재역전을 반복했다.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예상을 깨고 96% 개표 기준 51.2%의 지지를 얻으며 플로리다에서 승리를 확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격전지로 예상되던 오하이오(선거인단 18명)에서 승리하고 노스캐롤라이나(15명)에서도 95% 개표 기준 지지율 50.1%로 48.7%인 바이든 후보를 앞서고 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텍사스(38명)와 인디애나(11명), 아이오와(4명) 등 2016년 대선 때 승리했던 주요 지역에서 줄줄이 승전보를 전하면서 초·중반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겉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을 드러내지 않은 ‘샤이 트럼프’가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 원인이다. 3·4분기 33%(전기 대비 연환산 기준)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요소였다. CNN의 출구조사 결과 응답자의 3분의1이 경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답했다.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 바이든 관련 의혹도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바이든 후보의 경우 공화당 우세 지역이면서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겼던 애리조나(11명)에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했다. 애리조나는 지난 72년간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적이 단 한 차례밖에 없는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표가 92% 완료된 조지아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50.5%의 표를 얻어 48.3%인 바이든 후보보다 2.2%포인트가량 많지만 NYT는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을 64%로 보고 있다. 역전승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위스콘신(10명)과 미시간(16명), 펜실베이니아(20명)에서 사실상 모두 승리해야 한다. 이 중 한 곳에서라도 패배하면 선거를 내줄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97% 개표 기준으로 바이든 후보(49.5%)가 위스콘신에서 0.7%포인트 앞서고 있는데다 개표가 90% 이뤄진 미시간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0.2%포인트 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위스콘신과 미시간을 함께 잃으면 나머지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펜실베이니아에서 모두 승리해도 가망이 없다. 펜실베이니아 역시 우편투표 인원만 250만여명으로 민주당 지지자가 공화당보다 105만명이나 더 많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에서 승리하고 미시간에서 승리를 따낸다면 희망이 남는다. 이 경우 최종 결전지는 펜실베이니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추가 개표를 지연하기 위해 소송전에 나설 확률이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를 놓고 “우리는 대법원으로 갈 것이다. 우리는 모든 투표를 중단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로서는 누가 됐든 최종 승리 확정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최대 며칠이 걸릴 수 있다는 게 NYT의 예상이다.
여기에 추가로 실제 소송이 이뤄지게 되면 혼란이 불가피하며 이후 금융시장뿐 아니라 공화당과 민주당의 경색으로 추가 경기부양책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캠프 측도 대비에 나섰다. 바이든 캠프의 젠 오말리 딜런 선거대책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대로 된 개표를 막기 위해 법정에 가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법률팀이 대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