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21)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한 지난주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클래식에서 7개 대회 연속 톱10 기록을 이어갔다. 지난 8월부터 무려 석 달간 10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으니 대단한 꾸준함이다. 서울경제 클래식에서는 마지막 날 10위 바로 밖에서 고전하다 후반에 버디 3개를 집중하며 기어이 단독 8위로 마쳤다. 올 시즌 14개 출전 대회에서 톱10에 들지 못한 것은 딱 한 번. 하지만 지난 시즌 5승이나 올리며 전관왕을 차지한 최혜진으로서는 화려한 톱10 기록에 만족할 리 없다. ‘무승’이 훨씬 더 신경 쓰일 것이다.
5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파72)에서 시작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우승 상금(3억원)이 가장 큰 이 대회에서 최혜진이 시즌 첫 승을 다시 두드리기 시작했다. 최혜진은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4언더파 선두 장하나·고진영에 1타 뒤진 공동 3위. 스윙코치인 이경훈씨를 새로운 캐디로 맞이해 호흡을 맞춘 최혜진은 3~5번홀 연속 버디로 신바람을 냈다. 그동안 지독하게 홀을 외면하던 중거리 버디가 쏙쏙 들어갔다. 이후 샷이 흔들려 보기 2개를 범한 뒤 다시 중거리 버디가 3개나 터지면서 한때 단독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벙커로 보내 보기를 적으면서 제동이 걸렸지만 첫날 성적으로는 만족할 만하다.
지난주 서울경제 클래식 우승자이자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장하나는 2연승·2연패를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보기로 시작했지만 이후 버디를 5개나 떨어뜨렸다. 특히 16~18번 마지막 세 홀에서 모두 버디를 적어 ‘가을여왕’ 별명을 다시 한 번 떠오르게 했다. 장하나는 KLPGA 투어 통산 13승 중 7승을 가을(9~11월)에 거뒀다. 이날 막판 버디 퍼트가 3m·1.5m·1.5m 거리일 만큼 지난주 제주에서의 샷 감을 영종도까지 끌고 온 모습이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역시 4언더파 선두에 올라 흥미진진한 우승 경쟁을 예고했다. 고진영은 초반 버디 4개 뒤 후반 들어 다소 들쭉날쭉했지만 마지막 홀 세 번째 샷을 잘 붙여 간단히 버디로 마무리했다. 고진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복귀를 앞두고 실전 점검차 이 대회에 출전했다.
장하나·고진영과 같은 조 맞대결을 벌인 김효주는 1오버파 공동 27위로 주춤했다. 상금·평균타수 1위와 다승 공동 1위(2승)를 달려 6년 만의 전관왕 기대를 높이고 있는 김효주는 이날 3번홀(파3) 더블 보기가 아쉬웠다. 티샷이 짧아 물에 빠뜨린 끝에 2타를 잃었다. 상금 2위, 다승 공동 1위 박현경은 2오버파, 상금 3위 임희정은 3오버파로 마쳤다.
한편 대회장인 스카이72 오션코스는 올 초 페어웨이 잔디를 최고급 양잔디인 벤트그래스로 교체했다. 개막 전 어프로치 존도 벤트그래스로 교체하는 등 4억원 이상의 비용을 추가로 투입해 대회를 준비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