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 비위 등 권력형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여성가족부가 고위직 대상 특별교육 실시 등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권력형 성범죄 조사, 처벌에 대한 내용이 빠져 ‘맹탕 대응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는 6일 제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열고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응체계 강화방안’을 공개했다. 고(故) 박 전 시장과 오 전 시장의 성 비위 문제가 불거진 뒤로 국정감사 등에서 여성정책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에 침묵한다”는 질타가 쏟아지자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다.
여가부는 이날 기관장 사건은 별도의 전담 신고창구를 신설해 신고 받겠다고 밝혔다. 현재 여가부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희롱·성폭력 근절 종합지원센터’ 등 홈페이지 창구가 있지만 별도로 기관장 및 책임자 사건을 신고하는 창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고위직의 성평등 의식과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특별교육도 실시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폭력예방교육 운영지침’에 기관장을 포함한 고위직 대상 특별교육을 신설해 고위직 특성에 맞는 교육을 운영할 방침이다. 또 지방자치단체 고위직 이상의 예방교육 참여 실태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확대하고 성희롱 방지 부진기관 언론공표 기준을 ‘2년 연속 부진 기관’에서 ‘1년 부진 기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여가부는 피해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따돌림 등 조직 내 2차 가해를 방지하고 이를 제재하기 위해 2차 가해 관련 징계양정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여가부는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 관계 부처와 논의해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 및 지방공무원 징계규칙’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휴가와 부서 재배치 등 피해자 보호조치, 피해자와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의무 등을 담은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성폭력 관련 피해자는 ‘성폭력방지법’ 개정, 성희롱 관련 피해자는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법안(가칭)’ 제정을 통해 대응한다.
또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한 기관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여가부 장관이 직접 시정을 명령하고 불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법안이 제정되면 이러한 내용을 담겠다는 것이다. 또 해당 기관에 사건대응을 위한 자문(컨설팅)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를 두고 권력형 성범죄 처벌 강화 내용이 빠져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범죄 조사 및 양형은 법무부 등 타 부처 소관이어서 여가부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차 가해 징계양정 기준을 마련하기에 앞서 2차 가해자 및 피해자 개념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선행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현재 공무원의 2차 가해를 징계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없다고 알고 있다”며 “관련 규칙이 개정되면 2차 가해에 대한 징계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